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정말 손흥민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다음 시즌 선수단 계획을 언급하면서 '주장' 손흥민의 이름은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과 연결됐던 만큼, 프랭크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토트넘 팬들 또한 손흥민의 이적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풋볼런던 소속으로 토트넘을 전담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19일(한국시간)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은 눈치를 챘을 것"이라며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을 다음 시즌 선수단 계획에서 배제할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감독은 부임 후 첫 인터뷰에서 선수단 계획에 대해 밝힐 때 손흥민,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이적설에 연루된 선수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며 지난 5월 주장으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토트넘에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선물해 구단 레전드로 자리매김 했다.
보통 시즌 계획을 얘기할 때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나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도 함께 포함해 얘기하기 마련인데, 두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손흥민을 빼놓고 얘기헀다는 건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 매체 TBR풋볼도 프랭크 감독의 발언이 손흥민과의 이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매체는 "토트넘 팬들은 프랭크 감독이 첫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봤을 때 손흥민이 확실히 떠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프랭크는 지난주 토트넘의 새로운 감독으로 발표됐고, 최근 토트넘 감독으로서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건 프랭크 감독이 도미닉 솔란케, 윌송 오도베르, 아치 그레이 등 많은 선수들의 이름을 말하면서 손흥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확실히 떠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트넘과 손흥민이 이번 여름을 끝으로 갈라설 거라는 주장이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 알아흘리, 알카디시야에서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손흥민의 미래가 프랭크 감독과 면담 후 결정될 거라는 보도가 나왔다.
TBR풋볼은 "프랭크 감독은 이미 손흥민을 놓아줄 준비가 됐다. 손흥민은 원한다면 토트넘에 남을 수 있지만 다음 시즌 벤치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손흥민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프랭크 감독은 모든 당사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손흥민과 얘기할 예정이다. 손흥민과 프랭크 감독 사이의 면담이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역시 "만약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되지 않았다면 손흥민은 항상 토트넘에 남았을 것"이라며 "손흥민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프랭크 감독과 면담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프랭크 감독 손에 손흥민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축구계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영국 BBC에서도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기는 오는 8월 한국 투어 이후다.
BBC는 "토트넘의 한국 투어가 사우디 이적설과 연결된 손흥민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아 불확실하다"며 "손흥민은 다음 시즌 팀을 떠날 수 있지만 아시아 투어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투어에 불참한다면 주최 측과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손흥민이 투어에서 다양한 활동에 관여할 것이 이미 합의됐고 토트넘은 이러한 계획을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토트넘이 투어를 앞두고 손흥민의 매각을 고려하려면 그의 가치보다 훨씬 더 높은 제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출전이 계약상 의무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토트넘이 손흥민을 방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신 토트넘은 이 경기까지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해 금전적 이득을 보고 그 이후에 이적료를 받고 팔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팬들도 손흥민 방출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더스퍼스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팬들은 "손흥민은 훌륭한 봉사자였지만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 모든 당사자에게 좋은 기분으로 떠나는 게 더 낫다", "손흥민은 이제 떠날 때가 됐다. 잔류한다면 매 경기 뛰고 싶어 할 텐데, 더 이상 그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프랭크 감독에게는 에너지 넘치는 공격진이 필요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손흥민이 구단 레전드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팬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도 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손흥민이 떠나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현실적인 반응이다. 토트넘은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손흥민을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매각해야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6개월만 더 지나도 보스만 룰에 따라 손흥민이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 후 내년 여름 자유계약(FA)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잦은 부상과 경기력 하락으로 예전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곧 33세가 되는 손흥민을 무리해서 붙잡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한다. 손흥민의 경험이 중요할 수 있지만 손흥민을 방출하고 얻은 수익으로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선수단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단 손흥민은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서 휴가 중인 손흥민은 토트넘 복귀 후 프랭크 감독과 면담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