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연 이어 재연서도 주연…"더 진해지고 명확한 공연 선사"
"TV·영화보다 무대공연에 집중…'어쩌면 해피엔딩' 성공 자랑스러워"
"TV·영화보다 무대공연에 집중…'어쩌면 해피엔딩' 성공 자랑스러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유령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이에요. 공연을 보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를 바라요."
뮤지컬계 간판스타 배우 박지연(37)이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연극 '2시 22분'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2시 22분'은 새벽 2시 22분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는 주인공 제니의 경험을 두고 네 인물이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작품이다. 박지연은 2023년 국내 초연에 이어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재연에서도 주인공 제니 역을 맡았다.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지연은 '2시 22분'을 단순한 공포 장르 연극으로만 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유령이란 소재를 꺼낸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니와 샘, 벤, 로렌 등 4명의 인물이 얽히고설킨 관계에 집중해 작품을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이 관객에게 부여하는 메시지도 하나로 단정 짓지 말라고도 권했다. 박지연은 "2시 22분은 관객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 작품"이라며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각각의 관객의 자신만의 의미를 얻어서 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연달아 주인공을 맡은 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박지연은 "초연과 같은 대본과 무대 디자인으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어쩌면 '결과물'은 같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그 '결과물' 안에 있는 배우들의 철학과 연기의 깊이 등은 조금 더 진해지거나 명확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데뷔해 어느덧 16년 차 중견 배우가 됐지만, 박지연은 대중에게는 그리 잘 알려진 스타는 아니다. TV나 영화보다는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 공연에 집중해 활동한 탓이다. TV나 영화로 진출해 인기를 얻은 동료 배우들이 부러울 만도 하지만 박지연에게 최고의 일터는 여전히 공연장이다.
박지연은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의 제 모습이 제일 멋있고 가장 마음에 든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얻는 새로움보다 하나를 반복해서 얻는 새로움에 더 가치를 두고 있어 앞으로도 공연 활동이 주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뮤지컬에 진한 애정을 표했다. 박지연은 "학창 시절에 밴드부 활동도 했고 워낙 노래를 좋아해서 연극보다는 뮤지컬을 더 선호한다"며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연극의 긴 대사를 가끔 노래 가사처럼 읽으려는 습성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시 22분'에서도 다른 배우의 긴 대사가 시작되면 마치 음악처럼 들릴 정도"라며 "실제로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작품 속 대사를 가사로 한 노래를 작곡해 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자긍심도 피력했다. 박지연은 2018년 '어쩌면 해피엔딩'의 4번째 시즌 공연에서 주인공 클레어 역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박지연은 "뮤지컬계의 노벨상이라는 부르는 토니상을 거머쥔 것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라며 "그런 역사적인 무대에 저도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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