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이례적 사고…비행 관리 제어 시스템까지 살펴볼 수도"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소 270명이 숨진 인도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단서가 엔진 잔해에서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 조종석 블랙박스뿐만 아니라 비행 관리 제어 시스템(FMCS)까지 살펴봐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민간항공국(DGCA) 등은 지난 12일 인도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에어인디아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하는 등 사고 원인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륙 후 30초 만에 추락한 이번 사고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인도 항공기사고조사국(AAIB)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한 키쇼어 친타는 BBC에 "통제된 비행 상태에서 불과 30초 만에 지형과 충돌했다"며 "이 같은 사고는 그동안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사고인 만큼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전망이다.
많은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밝힐 단서가 여객기 엔진 잔해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이사인 피터 골즈는 "충돌 당시 엔진이 작동했는지는 터빈의 손상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며 "고속으로 회전할 때는 터빈이 다르게 파손되기 때문에 이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첫 번째 단서"라고 설명했다.
만약 엔진을 통해 사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으면 조종석에 주목하고 고성능 비행기록장치(EAFR)를 확인해야 한다.
인도 당국이 최근 사고 여객기에서 회수한 이 장치는 비행 데이터뿐만 아니라 조종사 음성, 무선 통신, 배경 소리까지 수집한다.
골즈는 "비행 데이터상 (사고 당시) 엔진이 최대 출력을 내는 상태였다면 조사 초점은 (항공기 날개의) 플랩(고양력장치)과 슬랫(가변형 양력 증대 장치)으로 이동한다"며 "이마저도 문제가 없다면 매우 어려운 조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비행 관리 제어 시스템의 문제로 이어진다면 이는 (사고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뿐만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잉 787을 조종하는 '뇌' 역할을 하는 비행 관리 제어 시스템은 항법과 성능 등을 통제하는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연료 효율성을 최적화한다.
인도 당국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단 등은 조류 충돌이나 연료 오염으로 인한 고장뿐만 아니라 엔진 정비 오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국제 규정에 따르면 예비 조사 보고서는 사고 후 30일 이내에 발표돼야 하고, 최종 보고서는 1년 이내에 작성돼야 한다.
골즈는 "이번 조사는 매우 복잡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1초당 수천개의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흔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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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인디아 여객기 印서부서 이륙 직후 추락…"최소 110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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