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시상식, 피곤하면서도 설레…윌 애런슨, 고통·즐거움 나눈 친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뒤 아내 보러 휴가 끝낸 관객 인상적"
시각적 요소 변화 준 '어쩌면 해피엔딩' 10월 국내 개막…"영화·드라마도 창작 계획"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뒤 아내 보러 휴가 끝낸 관객 인상적"
시각적 요소 변화 준 '어쩌면 해피엔딩' 10월 국내 개막…"영화·드라마도 창작 계획"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토니 어워즈(시상식)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습니다."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어워즈,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 어워즈, 미국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석 달 가까이 이어지던 미국 공연계 시상식 기간을 숨 가쁘게 달려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그 끝은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의 토니상 수상이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13일 서면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려줬다.
박 작가는 "석 달에 가까운 어워즈 시즌 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하며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해야 했다"며 바쁘게 지냈다고 돌아봤다.
"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으니, 제가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석 달 동안 뛴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몸도 많이 지쳐있었고요."
마라톤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해외 제작진과 배우로 구성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기 시작했을 때는 작년 11월이다. 개막 초기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아 불안하던 전망을 반전시킨 건 작품에 매혹된 팬들이었다. 그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반딧불이'(fireflies)로 스스로를 지칭하며 입소문을 확산했다.
박 작가는 혼자 뉴욕에 휴가를 와서 10개의 공연을 예매한 관객이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집으로 돌아간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섯 번째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대요. 결국 남은 다섯 개의 공연 표를 팔고 비행기표를 바꿔 아내를 보러 집에 돌아갔다고 해요. 그리고 아내와 뉴욕에 와서 다시 이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어요. 제게 쓴 글은 아니지만,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으로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처음으로 같이 만든 오리지널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애런슨은 박 작가가 미국 뉴욕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알게 된 친구다. 둘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작사·작곡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고스트 베이커리', '일 테노레' 등을 함께 만들었다.
박 작가는 애런슨에 관해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며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을 구분하지 않고 늘 매우 가깝게, 유기적으로 함께 작업한다. 작업의 지난함과 고통, 즐거움, 그리고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성장도 거의 매 순간 함께해 오고 있다"고 했다.
두 창작자는 그간 한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러면서도 1930년대('일 테노레'), 1970년대('고스트 베이커리'), 근미래('어쩌면 해피엔딩') 등 현재와는 다른 시간을 배경으로 했다.
박 작가는 이에 관해 "그저 작가로서 제게 가장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이유였다. 뉴욕에 오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도 하게 됐다"며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고 해외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향후 계획으로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국내 재공연과 영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외에 단편 영화와 TV 드라마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사운드 인사이드'라는 연극의 연출로 데뷔했다.
토니상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NHN링크 제작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극장 규모를 이전보다 키우면서 시각적 요소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박 작가는 꾸준히 작업하는 창작자로 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저 어떠한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습니다. 제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거의 50대 50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의 공감을 끌어내고 의미가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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