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1년반 만에 우여곡절 끝 인수 확실시…트럼프, 바이든 불허 결정 뒤집어
조강 생산량 3위 中업체에 근접…투자액 급증에 부담 가중 가능성도
조강 생산량 3위 中업체에 근접…투자액 급증에 부담 가중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제철이 2023년 12월 발표했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계획을 드디어 매듭짓고 US스틸을 품에 안게 됐다.
일본제철은 인구가 줄어드는 자국 시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렸고, 미국과 인도를 주요 시장으로 점찍어 사업 확장을 모색해 왔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거부권이 담긴 '황금주'를 부여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中 과잉생산 속 '미일 철강 연합' 탄생…이르면 18일 인수 완료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제철이 미국 산업화 상징으로 꼽혀온 US스틸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는 생존 전략인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완성'이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주식을 완전히 매입해 자회사로 만든 이후 기술을 전수해 고급 제품을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은 전혀 순탄치 않았다.
인수 계획이 알려진 직후 미국 철강노조와 일부 정치인들은 철강산업 기반 약화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US스틸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작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유력 후보들도 일제히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일본제철의 계획 실현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결국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초 US스틸 매각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일본제철은 물론 일본 정부 내에서도 동맹국을 경시한 처사라는 불만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선 전후 US스틸 매각에는 줄곧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제철이 인수가 아닌 투자를 할 것이라며 다소 달라진 태도를 나타냈다.
이후 협상 과정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본제철은 투자액 대폭 증액과 황금주 부여 등 다양한 카드를 제시하며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불허' 재검토를 당국에 명령했고, 이달 13일(현지시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와 국가안전보장협정을 체결해 2028년까지 11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하고 황금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일본제철의 투자액은 총 140억 달러(약 19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US스틸 주식을 전량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141억 달러(약 19조3천억원)와 거의 같은 금액이다.
최종 인수 절차는 이르면 이달 18일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하면 조강 생산량이 작년 기준 4천364만t에서 5천782만t으로 늘어난다. 세계 순위는 4위로 변동이 없지만, 3위 중국 안강그룹(5천955만t)을 바로 밑에서 쫓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발 철강 과잉 생산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도 사업을 강화해 왔던 일본제철이 미국 시장에서 명문 기업을 산하에 둠으로써 세계 진출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고 해설했다.
산케이신문도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에 대항해 '미일 연합'이 실현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황금주 거머쥔 美, 경영에 영향 미칠 수도…"시장서는 비싼 거래" 견해도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까지 올린 상황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 반발을 억누를 '결정타'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 'US스틸 황금주'가 향후 경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닛케이는 "황금주는 한 주라도 경영의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주식으로, 무상으로 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에 줄 황금주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제철 간부는 "황금주에는 의결권이 없어서 경영 자유는 담보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우리는 (US스틸) 황금주를 갖고 대통령이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제철과 미국 정부가 체결한 안보협정에는 일본제철이 일정 기간 US스틸 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 등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 신문은 "(US스틸) 구조조정과 생산 재편 등 재건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고 해설했다.
일본 민간연구소 니혼소켄의 이시카와 도모히사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도 여러 압력을 가해올 것으로 예상되고 중요한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아울러 협상 과정에서 일본제철이 약속한 투자액이 급증한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제철은 본래 US스틸 투자액으로 27억 달러(약 3조7천억원) 정도를 고려해 왔으나, 이후 140억 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US스틸 인수는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중에는 6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투자액을 합치면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샤이어를 약 7조엔(약 66조4천억원)에 인수한 것에 이어 2위 규모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이어 거액 투자로 일본제철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자본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보면 '비싼 거래'라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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