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물 역할 변화·새 캐릭터 등장…"광장은 장소 대신 음지세계 의미"
"가족 사랑해서 벌어진 복수…소지섭 눈빛에서 기준의 모습 느껴"
"가족 사랑해서 벌어진 복수…소지섭 눈빛에서 기준의 모습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유명 소설이나 만화를 영상으로 만드는 일은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린다. 인기가 검증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제성을 얻기 쉽지만, 동시에 원작 팬들의 비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 역시 공개 후 원작 웹툰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일부 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광장'의 최성은 감독은 원작 팬들의 아쉽다는 반응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저 역시 원작 팬이며, 원작을 '리스펙트'(존중)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처음부터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자고 출발한 것이 아니다. 최대한 원작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시리즈 '광장'은) 수많은 버전을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원작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금손(추영우), 이주운(허준호), 김춘석(안세호) 등 주요 인물의 역할 변화와 원작에 없던 새 캐릭터의 등장이다.
원작이 63화 분량으로 웹툰치고는 짧은 이야기인데, 이를 영화가 아니라 7부작짜리 시리즈로 만들어야 해 서사를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최 감독은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흑막 차영도(차승원 분)가 탄생했다.
그는 "기준(소지섭)이 동생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1∼4화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5∼7화에서는 복합적인 욕망의 충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기폭제 같은 역할로 차영도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제목이 '광장'이지만, 정작 광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극초반에만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작에선 '광장'이 장소를 의미했다면, 시리즈에선 어두운 음지 세계를 총칭하는 단어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 있다면 깨지고 구르고 넘어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기준의 복수다.
최 감독은 "기준의 (표면적인) 목표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복수지만, 또 다른 내적 동기는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신을 포함한 광장 전체를 무너뜨리려고 한 것"이라고 짚었다.
싸우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주로 보이는 빠른 속도의 액션은 아니다.
최 감독은 이를 일부러 의도했다며 "기준이 특수요원이나 킬러가 아니어서 속도는 느리지만, 계속 직진하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광장'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소지섭이 택한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허준호, 안길강, 차승원, 추영우, 공명, 이준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그는 "소지섭 배우가 혼자 앉아만 있어도 눈빛에서 기준의 모습이 느껴졌다"며 "극 중 형제인 소지섭과 이준혁 배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에서 둘의 건조한 바이브가 비슷하다고 봤다"고 했다.
또 추영우가 표현한 이금손이란 캐릭터가 최 감독이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떠올렸다.
이 시리즈를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는 물음에는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벌어진 이야기"라는 답을 내놨다.
기준은 동생인 기석(이준혁)을 사랑하기에 복수에 나서고, 구봉산(안길강)은 망나니 아들 구준모(공명)를, 이주운은 검사 아들 이금손을 지키려다 오히려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원작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 시리즈는 웹툰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광장'은 짧고 시원시원한 이야기예요. 4화에서 기준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액션에 통쾌함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원작을 아는 분들은 차별화된 지점을 즐기시기를, 원작을 모르는 분들은 원작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네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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