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상황서 당장은 북미·남북 관계 변화 난망
"북, 연합훈련 중지 등 조건 따질 것"…우크라이나전 종전 등도 변수
"북, 연합훈련 중지 등 조건 따질 것"…우크라이나전 종전 등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에 대화를 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반응이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시도했다는 보도가 같은 날 나왔다.
공교롭게도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이었던 싱가포르 회담 7주년(6월12일)을 앞두고 한미의 대북 관계개선 의지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이런 한미의 노력이 실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결국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미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온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은 북한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북미 대화채널 복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의 수령을 거부했다.
북한은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하면서도 김정은-트럼프 간 사적인 친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친서 수령 거부'는 미국에 당장은 대화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미국에 말이 아닌 선제적인 행동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반응이고 이미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북한이 트럼프 취임 후 담화 등 여러 계기 등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 등을 이야기한 만큼 대화 전 사전 협상을 통해 이런 전제 조건을 먼저 따지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남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북 연결 철도·도로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다음 날인 12일 대남 소음방송을 멈추기는 했지만, 단순히 상호 비례적 성격에서 취한 행동일 뿐 남측과의 관계 개선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를 향한 북한의 이런 싸늘함은 혈맹관계로 진화한 북러 간 밀착이 배경으로 우선 꼽힌다.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면서 대북제재를 상당 부분 무력화한 만큼 당장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게 별로 없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러 밀착의 계기가 된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요동칠 국제정세와 맞물려 북한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다면 북러 관계도 지금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총장은 "연말이 되면 러우 종전 협상이 가닥이 잡힐 테고 북한 내부적으로는 국방 발전 5개년 계획도 완수되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내년에 개최될 9차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발전과 이를 위한 대외협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다면 대미, 대남 대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틈새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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