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부각된 샹그릴라대화…美, '국방수장불참' 中에 집중공세
연합뉴스
입력 2025-06-01 15:27:03 수정 2025-06-01 15:27:03
싱가포르서 아시아안보회의 폐막…美, 인태동맹 강조·방위비 증액 요구
유럽 "아시아와 연대 강화"…아세안 "비동맹 중립노선 유지"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판매 금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모인 제22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싱가포르에서 사흘 일정을 마치고 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무역전쟁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는 '신냉전' 시대 국제사회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국 등은 국방수장이 불참한 중국에 공세를 퍼부었고, 유럽과 동남아시아 측에서는 미중 분열로 인한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22회 샹그릴라 대화[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판매 금지]

◇ 미국, 中 겨냥 집중포화…"아시아 지배하려 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전날 연설에서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며 "중국 위협이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 중요한 지역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고, 동맹과 파트너들이 종속되도록 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인도·태평양 동맹을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 호주, 필리핀 국방장관과 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불안정을 야기하는 중국 행동을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남아나 아시아에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북한이 유럽 땅에 개입하는 것을 분명히 막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안보 질서를 바꾸려고 할 때 우리는 극도로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국방수장은 그동안 샹그릴라 대화에서 직접 대면해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둥쥔 중국 국방부장 불참으로 사실상 미국 '독무대'가 됐다.

중국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관하는 샹그릴라 대화를 서방국 중심 행사로 인식해 대표단 격을 낮춘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 대표단 후강펑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 부총장은 헤그세스 장관 연설에 "완전히 날조되거나 왜곡된 주장"이라며 "도둑이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헤그세스는 평화를 추구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지역 국가 목소리를 무시한 채 진영 대결의 냉전적 사고를 퍼뜨리면서 '중국위협론'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고 비난했다.


◇ 마크롱 "미중 분열,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아세안 "강압 없는 협력 필요"

미중 간 직접 공방이 불붙지 않은 대신 양국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분열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세계 질서를 파괴하게 될 것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모든 제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유럽과 인·태 국가 간 새로운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칼라스 고위대표도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 러시아 '그림자 선단'을 추적하고 해양 안보 법률을 재검토하자고 요청하는 등 유럽과 아시아의 연대를 촉구했다.

전통적으로 중립 노선을 유지해온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과 편 가르기에 반대했다.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동남아에는 신냉전이 아니라 강압 없는 협력, 편을 가르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며 비동맹 중립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대해 경고하며 사실상 한 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의 새 국방비 목표인 '국내총생산(GDP)의 5%'를 거론하며 인·태 지역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또 유럽 국가들은 지역 방어에 집중하고, 인·태 지역은 미국에 맡겨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유럽 역할과 방위비 증액 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우리가 역할을 더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유럽과 태평양의 안보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샹그릴라 대화에는 한국도 매년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우방국 등과 현안을 논의해왔지만, 올해는 국내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불참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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