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고양이 그림에서 시작한 데뷔작으로 잇달아 해외 문학상 수상
서울도서전서 2권 공개…"여름섬 향한 모의 새로운 여행 이야기"
서울도서전서 2권 공개…"여름섬 향한 모의 새로운 여행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작년에 처음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는다는 연락을 받고 기쁜 마음에 앞서 '왜 내가?' 하는 얼떨떨한 기분이 제일 컸어요. 지금도 그런 기분은 마찬가지지만, 모험의 첫발을 떼는 '모'의 순수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
최연주(33) 작가는 지난해와 올해 데뷔작인 그림책 '모 이야기'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을 연달아 받으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작년 볼로냐 라가치상의 우수상 격인 특별언급(Special mention)에 선정됐고 올해 프랑스 소시에르상 '파시오낭 미니'(Passionnant MINI)와 이탈리아 스트레가상(프리미오 스트레가) 라가체 에 라가치 신인상을 받았다. 이 가운데 소시에르상과 스트레가상은 한국인으로서는 첫 수상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자택 겸 작업실에서 만난 최연주는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고 기쁨보다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를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자평하면서다.
"'모 이야기'는 두려움을 이겨내라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인데, 두려움을 한 번 이겨내도 마주칠 때마다 또 무서워지는 게 사람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그래서 매번 용기가 필요하죠."

최연주는 디자이너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그림을 자주 접했다. 아버지는 늘 딸이 그리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최연주는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최연주가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반려 고양이 '모 대리'와의 만남이었다. 2018년 이미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던 그는 누군가에게 버려진 듯 길에서 지내던 한 살짜리 고양이 모 대리를 데려와 키우게 된다.
모 대리와 함께하게 된 이후 최연주는 틈틈이 이 고양이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이 그림들에 상상력을 더했다.
최연주는 "처음 만났을 때 모 대리는 길에서 사람들한테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며 "이 고양이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길에 혼자 있게 됐을지, 모르는 부분을 하나씩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 대리의 그림이 점점 생명력을 더해가던 2022년, 마침 출판사 엣눈북스가 그림책을 그려보자고 제안했고, 최연주가 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듬해 2월 '모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최연주는 "'모 이야기'의 모의 생김새나 성격은 모두 모 대리한테서 왔다고 할 수 있다"며 "얼굴의 까만 동그라미, 호기심이 많은 점, 조그만 일에도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깜짝 놀랄 정도로 겁이 많은 모습이 똑같다"고 설명했다.

'모 이야기'는 어린 고양이 모가 창문 밖에서 자신을 향해 웃는 것처럼 밝게 빛났다가 사라지는 빛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모는 모두가 잠든 사이 '웃는 빛'을 향한 모험을 시작한다.
모는 여정에서 부엉이, 곤줄박이, 청설모, 라쿤, 멧밭쥐, 순록 등 다양한 동물 이웃들을 만나고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숲은 도처에 알 수 없는 것들이 도사리는 무시무시한 곳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두려움은 겁 많은 모의 착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최연주는 "'모 이야기'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직면하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낯가림이 심하고 망설임이 많은 성격 때문에 늘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잘못하거나 실수할까 봐 주저하는 일이 많았다"며 "사실 가장 무서운 건 내 머릿속에 있는 상상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딛고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가 '웃는 빛'을 보게 된 일을 계기로 여정을 떠나듯이 어려운 첫발을 내딛도록 힘과 용기를 주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며 "저에겐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칭찬, 모 대리와의 만남이 '웃는 빛'이었다"고 덧붙였다.

'모 이야기'의 2권은 이달 18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전편에 이어 어린 고양의 모가 또 한 번 모험을 떠날 예정이다.
최연주는 "2권은 모가 '여름섬'으로 첫 심부름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버려진 선풍기를 고쳐서 주변에 나눠주는 할아버지 '후'에게 나사를 드리기 위해 모가 여름섬으로 떠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모가 여러 난관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여태껏 본 적 없던 곳에 도달하게 돼요. 모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는지, 후 할아버지를 만나서 어떤 것들을 배울지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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