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단일화 설득' 위해 李 유세현장 찾아…李 "전혀 달라진 것 없어"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김치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1일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설득하기 위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안 위원장은 이날 이 후보가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밥을 함께 먹는 '학식 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경기도 성남 가천대 학생 식당을 찾았다.
학생들과 밥을 먹고 있던 이 후보는 안 위원장이 도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한 뒤 마주 앉았다.
이 후보가 "'경영'하면 안철수 아닌가. 경영을 물어보라"고 안 위원장을 치켜세우자, 안 위원장은 학생에게 창업 관련 조언을 하며 "이 후보께서 좋은 내용들을 살펴보신 다음 본인 공약으로 쓰셔도 된다"고 화답했다.
안 위원장과 이 후보는 학식 행사를 마친 뒤 캠퍼스 내 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20분가량 독대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만약 당으로 오시면 제가 나이로는 선배지만 잘 모시겠다"며 "김 후보와 직접 만나는 것도 주선할 수 있으니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후보는 안 위원장이 '(단일화와 관련해) 언제든 상의해도 좋다'고 하자 "지금 당장 상의드릴 것은 없을 것 같다"며 "저도 그렇고 저희 내부도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둘은 "추후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합의했다고 안 위원장이 밝혔다.
안 위원장은 '대화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모든 최종 결정은 이 후보에게 다 맡겼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대화 후 달라진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하면서 "금전적 이유로 단일화할 거라느니 이준석이 한자리 받고 할 거라느니 이런 가설은 다 부정한다. 그런 건 정치하면서 제가 한 번도 이끌리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후보도 (단일화를) 큰 틀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오늘 김 위원장이 '형님, 내심으로는 단일화 고민하고 계신 것 아니에요?'라고 하기에 '아닌데?'라고 했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 후보를 만나면 지금은 오해를 살 수 있어 만날 생각이 없다"며 "김 후보 발언을 기사로 보고 있지만 그게 저희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이날 이 후보의 유세 일정에까지 찾아간 것은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 이전에는 단일화를 성사해야 투표용지의 후보 이름에 '사퇴'가 표기되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한때 이 후보와 '앙숙' 관계로 불렸으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같은 스탠스를 취하며 정치적 거리감이 줄었다.
이후 이 후보는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일 당시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 분모를 고리로 인공지능(AI)·과학기술 문제를 논하는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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