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명 살해 후 중국으로 귀국했으면 수사 난항 겪을 뻔
18년 한국생활로 치안수준 알텐데 주변 배회하다 5㎞ 노상서 체포
18년 한국생활로 치안수준 알텐데 주변 배회하다 5㎞ 노상서 체포

(시흥=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둔기로 중국동포 형제 2명을 살해하고, 이틀 뒤 노출된 장소에서 내국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차철남(57)이 최초 살인 범행 후 본국으로의 귀국 등 멀리 도망가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0년 이상의 한국 생활을 한 차철남은 우리나라 치안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단시간 내에 검거되리라 예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건 현장 주변만을 배회하다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 1997년 최초 입국…10년 이상 한국 생활
20일 경찰에 따르면 차철남이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그는 체류 기간인 30일이 지나고도 귀국하지 않은 채 그대로 눌러앉았고, 5년 넘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 생활을 했다.
차철남은 2002년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기간을 이용해 당국에 신고했고, 같은 해 말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10년 뒤인 2012년 F4(재외동포) 비자로 다시 입국했으며, 이로부터 13년간 합법 체류자로 한국에서 살았다.
F4 비자는 3년의 유효기간이 주어지며, 이후 3년마다 갱신하면 된다.

차철남은 그동안 비자를 정상적으로 갱신해 합법체류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직업은 없이 일용직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는 무직으로 어떻게 한국 생활을 이어갔냐는 질문에 "외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생활비를 가지고 있었다"며 "살해 피해자들에게 빌려준 돈도 그때 번 것"이라고 했다.
차철남의 진술은 그의 일방적 주장이므로,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야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차철남의 출입국 기록 등을 종합할 때 그의 한국 거주 기간이 최소 18년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입국 후 이번 사건이 난 시흥시 정왕동 원룸에서 쭉 살아온 차철남은 오히려 중국보다 한국 생활이 익숙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차철남이 한국 경찰의 수사력이 뛰어나다는 점, 시내 곳곳에 CCTV가 다수 설치돼 있다는 점 등 치안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 자수 고민했다더니…이틀 뒤 또 흉기 휘둘러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발각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하루 이틀 내에 검거되리라 예상했을 것으로 보이는 차철남은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본국으로의 귀국 등 멀리 도주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차철남은 경찰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후 자수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차철남은 친한 지인인 중국동포 50대 A씨와 B씨 형제에게 2013년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3천만원가량을 빌려줬는데, 이들이 돈을 갚지 않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 17일 오후 4시께 "술 한잔하자"며 A씨를 자신의 원룸으로 불러 둔기로 살해한 데 이어 오후 5시께 인근의 이들 형제의 집으로 찾아가 마찬가지로 둔기를 사용해 B씨를 살해했다. 시신은 모두 그대로 방치했다.
두 사람을 살해한 차철남은 방치한 시신으로 인해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자 피해자의 아우디 SUV 차량을 훔쳐 이틀간을 차 안에서 지냈다.
차철남은 이후 추가 범행을 결심하고, 19일 오전 9시 34분께 집 주변 평소 다니던 편의점의 60대 여성 점주 C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뒤이어 오후 1시 21분께 편의점으로부터 약 1.3㎞ 떨어진 한 체육공원에서 자기 집 건물주인 70대 남성 D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차철남은 C씨에 관해 "나에 대해 험담해서", D씨에 관해서는 "나를 무시해서" 각각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으며, 모든 것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 앞뒤 맞지 않는 진술…경찰 "보강수사 후 구속영장"
'흉악범'인 차철남이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국내 어딘가에 숨어버렸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수사가 장기화할 뻔했다.
하지만 차철남은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을 배회하다가 약 5㎞ 떨어진 노상에서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차철남의 진술대로라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및 공개 수배가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수를 고민하느라 도주하지 않은 채 동네를 돌아다녔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수하지 않은 채 편의점주와 건물주 등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을 상대로 추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보면, 차철남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어 보인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진술의 모순점을 짚어보고, 이날 중 살인 등 혐의로 차철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철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더욱 면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들과 채권·채무 관계가 있다는 것도 계좌 내역 등을 확인해봐야 진술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