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포항, 최원영 기자) 모처럼 밝게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이승현은 13일 제2 홈구장인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89개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챙겼다. 삼성은 5-3 승리로 8연패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승현은 시즌 7번째 등판 만에 올해 첫 승을 수확했다. 앞서 총 6경기 25⅔이닝서 5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고전한 바 있다. 올해 KT전엔 4월 11일 한 차례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이번엔 값진 '1승'을 거머쥐었다.
총 투구 수는 89개(스트라이크 53개)였다. 패스트볼(32개)과 커터(29개), 체인지업(20개), 커브(8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km/h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이)승현이는 올 시즌 아직 승리가 없다. 오늘(13일) 첫 승을 해줬으면 한다"며 "팀에도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1승을 하는 날이 오늘일 것 같다. 잘 던져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승리 후 만난 이승현은 "내 첫 승도 중요하지만 팀이 연패를 끊어서 좋다. 그게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8연패 중인 상황에서 선발 등판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이승현은 "작년처럼 야구를 좀 했을 때의 나였다면 정말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올해는 경기력이 하도 안 좋아 오히려 괜찮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도 4회, 5회 등 위기가 있었다. 스스로 잠깐 무너지는 모습들이 보였다. 경기를 거듭하며 계속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수들이 좋은 수비로 이승현을 도왔다. 2루수 류지혁은 1회초 2사 1, 3루서 상대 장성우의 타구가 애매한 위치에 뜨자 뒤를 돌아 끝까지 공을 따라간 뒤 포구해냈다. 멋진 호수비였다. 좌익수 구자욱은 4회초 무사 1루서 장성우의 큼지막한 타구가 날아오자 담장 앞에서 점프해 공을 잡아냈다.
이승현은 "진짜 너무 감사하다. 블로킹 되지 않고 빠져나갈 만한 공도 많았는데 포수 (강)민호 선배가 몸을 날려 막아주셨다. 속으로 '와~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며 "경기 중에 '감사합니다!'라고 할 순 없어 속으로만 말했다. 이제 따로 가서 인사드리겠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투구 수가 89개밖에 되지 않았다. 6회에도 등판하고 싶지 않았냐고 묻자 "아니다. 이번엔 더 안 던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 실력이 더 좋아지면 그땐 가능할 것이다"고 답했다.
9회초엔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새 마무리투수 이호성이 위기를 겪으며 1실점했지만 승리를 잘 지켜냈다. 이승현은 "'제발', '(이)호성아 믿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승도 하고 싶었지만 8연패를 끊어내는 키를 호성이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기도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이승현은 이호성에게 "사랑해"라고 말했고, 두 선수는 같이 기념촬영도 했다.


그간 이승현은 더 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는 "계속 운동했다. 내가 2군에 있을 때 최일언 현 수석코치님이 퓨처스팀 감독님이셨는데 같이 많은 훈련을 했다"며 "루틴도 소화하다 보니 거기서부터 잘 잡힌 것 같다. 조금은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그동안은 스트라이크를 넣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약간 보이는 것 같다. 타자가 뭘 생각할지, 이 볼카운트에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등이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탑의 조언도 있었다. 이승현은 "내게 따로 오셔서 '맞더라도 괜찮으니 불리한 상황까지는 가지 말자. 풀카운트 등 공 개수가 많아지면 네가 힘들어진다. 맞더라도 공을 그냥 꽂아 넣어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코치님들도 다 그렇게 이야기하셨다"고 전했다.
이번 경기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말에는 망설임 없이 "발판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지금까지 내가 나간 경기에서 팀이 다 졌다. 완전히 밑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이게 끝이라 생각하고 다시 올라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포항,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