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또 각각 브리핑…지지자들 몰려와 회담장도 어수선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김치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가 8일 단일화를 위해 다시 만났으나 또 합의 없이 끝났다.
이날 회동은 이례적으로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이 언론에 모두 공개되는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됐고, 두 후보는 1시간 동안 서로 각자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한루프' 신경전을 펼쳤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랑재 야외에서 만나 2차 담판에 나섰다. 김 후보가 한 후보보다 2분가량 먼저 도착해 기다렸고, 곧이어 한 후보가 도착했다. 둘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한 뒤 대화를 시작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국무위원이자 장관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김 후보도 한 후보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대화가 시작되자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단일화 시기와 진정성 등을 두고 서로의 입장차만 반복적으로 재확인했다.
한 후보가 "(단일화) 방향은 옳은데 시작은 일주일 뒤에 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얘기와 똑같다고 본다. 당장 오늘내일 결판 내자"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는 "권한대행의 자리가 막중했다"며 "그만두고 나왔으면 뭔가 상당한 정도로 준비됐을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6일까지 18일간 22번이나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했다고 상기시켰고, 김 후보는 "22번이 아니라 더 많이 했을 거다. 저는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응수했다.

김 후보가 한 후보에게 '왜 (단일화) 청구서를 내미는 것인가'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자 한 후보는 "청구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말씀 안 해주면 좋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또 김 후보가 한 후보를 겨냥해 "자기는 입당도 안 하면서"라고 하자 한 후보는 "'자기'는 비하하는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듯 각자 주장만 되풀이되자 결국 회동 시작 1시간 만인 오후 5시 30분께 한 후보는 "제 입장도 분명하고, 김 후보님 입장도 변경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오늘 모임은 이것으로 끝내자"고 했고, 김 후보는 "좋다"고 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동 이후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다시 서로 손을 맞잡고 포옹했으나, 전날에 이어 빈손으로 끝난 회동 결과에 경직되고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합의된 사안이 전혀 없는 이날 회동 결과 대해 김 후보와 한 후보는 같은 장소에서 제각각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회동 장소 주변은 지지와 야유가 난무하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두 후보의 회동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은 회동 장소로 찾아가 단일화를 촉구했고,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등장하자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쌍권(권영세·권성동) 사퇴"를 외치며 항의했다.
회동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한 청년이 "둘 다 출마 자격 없다. 단일화는 무슨 단일화냐"라면서 난입해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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