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영수증 위조도…법원 "공무원직 박탈보다 징계 처분이 바람직"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증빙 자료를 위조해 출장비를 부풀려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수행직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혐의로 기소된 전현희 전(前) 국민권익위원장의 수행비서였던 A씨(권익위 5급 사무관)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전임자로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권익위 소속 5급 공무원 B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실제 출장을 가지 않았거나 숙박하지 않았는데도 출장 업무를 위해 대중교통과 숙소를 이용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급받아 취소한 뒤 출장비를 청구하는 등 방법으로 총 107차례에 걸쳐 출장비 약 1천24만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를 받는다.
KTX 승차권 영수증 이미지에 다른 날짜 승차권 이미지 일부를 잘라 붙이는 등 승차권 영수증을 위조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0년 11월 전 전 위원장이 외부 인사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식대가 당시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이었던 1인당 3만원을 초과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참석 인원을 부풀린 오찬계획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포함해 참석 인원을 부풀린 허위 계획서를 작성한 것을 알면서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에 따라 자신에 대한 별건 감사가 이뤄졌고, 감사원의 수사 요청도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허위 증빙서류를 첨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여비를 지급받았고, 그 과정에서 승차권 영수증을 위조·행사하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비교적 범죄 성립이 명백한 사기죄에 대해서도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면서 감사의 부당성만 강조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받아 챙긴 금액이 1천24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출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청구하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 금액이 있어 A씨가 취득한 이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을 선고해 공무원직을 박탈하기보다는 징계 절차를 통한 징계 처분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B씨에 대해서는 "A씨의 부탁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대체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권익위 공문 기안·결재 시스템에 오찬 참석자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김 부장판사는 "건당 50만원 미만의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는 참석 인원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A씨가 권익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전자기록을 위작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공전자기록 위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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