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 형' 의사면허 취소…2020년 이후 엄격해져
의사면허 취소 후 재교부 가능하지만 최근 재교부율 낮아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도 '금고 이상 형' 면허 박탈
의사면허 취소 후 재교부 가능하지만 최근 재교부율 낮아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도 '금고 이상 형' 면허 박탈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진료 중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는 "평생 의사를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런 사람도 면허는 철밥통이다" 등 비난 여론이 거셌다.
과연 의사에 대한 면허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의사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다른 전문직보다 면허를 유지하기 수월했지만 재작년 법이 개정된 후에는 엄격해졌다. 다만 과실로 인한 의료 사고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된다.
의사의 면허 취소 기준은 어떤지 다른 전문직과 해외 주요국 사례를 조사해봤다.

◇ '금고 이상 형' 의사면허 취소…최근 재교부율 낮아
현행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여기서 의료인은 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된 후 5년 이내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종료 후 2년 이내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 기간 중 의료인 자격이 상실된다.
음주운전, 폭행, 사기 등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료인 면허가 박탈되는 것으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아 실제 복역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든 범죄 금고 이상 시 면허 박탈'은 재작년 11월 의료법 개정안 시행으로 도입됐다. 구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법령 위반 행위만을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해 일반적인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현 의료법은 형사처벌 외에도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면허를 타인에게 빌려줬을 때, 무면허자에게 대리 의료행위를 시켰을 때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면허 취소가 영원한 제재는 아니다.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취소 원인이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별도 교육을 이수한 후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경우도 형기를 마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교부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면허 재교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심의위원회 심의 제도가 도입된 2020년 이후 부쩍 엄격해졌다.
의사를 기준으로 2020년대 전까지 90%를 훌쩍 넘기던 재교부율은 최근 몇 년 사이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모든 의료인으로 범위를 넓히면 재교부율은 2020년 87.2%(신청 86건, 재교부 75건), 2021년 51%(신청 100건, 재교부 51건), 2022년 26.6%(신청 139건, 재교부 37건), 2023년 9.8%(신청 163건, 재교부 16건), 2024년 3월 기준 12.7%(신청 63건, 재교부 8건)로 하락세다.
◇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도 '금고 이상 형' 면허 박탈
의료인의 면허 취소 규정이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특별히 관대하거나 엄격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5조에 따라 범죄의 종류와 상관 없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일정 기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다.
공인회계사와 법무사도 공인회계사법과 법무사법에 의해 각각 같은 규정이 적용되고, 노무사·세무사·관세사·감정평가사·변리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이 재취득에 필요한 기간이 조금씩 다를 뿐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을 때 면허를 잃는다.
공무원·교사도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등에 결격사유가 명시돼 있어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
다만 의사는 의료 사고에 해당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면허는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유의 면책 조항이 있다.
이는 인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과실로 인한 의료 사고까지 면허를 취소하면 의료행위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사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해외 주요국도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 유사한 면허 취소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형사 범죄로 인한 의료인 결격 또는 면허취소 사유를 '(범죄에 제한 없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와 '의료 관련 범죄 또는 부정한 행위를 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금고 이상 형을 면허 취소 사유로 정한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셈이다.
프랑스는 의사의 직업 활동이 금지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범죄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형법상 형벌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 활동을 금지하는 보충 형이 내려질 수 있다.
영국은 성범죄, 운전, 폭행 등 광범위한 죄목을 등록취소나 등록정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의료과실로 인한 상해, 사기, 성범죄, 문서위조, 조세 포탈 등 직무수행과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게 판례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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