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급부상 버리아 보좌관, 장관 폰 맡아 메시지 대신 입력도
WSJ "진행중인 군사작전 외국 정부에 통보하라고 측근들에게 지시도"
WSJ "진행중인 군사작전 외국 정부에 통보하라고 측근들에게 지시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이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로 군사작전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보안규정 위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피트 헤스세스 국방부 장관이 상습적으로 시그널 채팅방을 공식 업무에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헤그세스 장관이 시그널 메신저를 집무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메시지 입력도 맡았던 인물은 최근 국방부 실세로 급부상한 리키 버리아 보좌관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익명 취재원들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업무를 논의한 시그널 채팅방의 수가 최소 12개로 확인됐으며 이 중 다수가 장관 본인이 개설한 것이라고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시그널 채팅방에서 현재 진행중인 군사작전에 대해 외국 정부들에 통보하라고 보좌관들에게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또 시그널 채팅방에서 언론매체 출연, 외국 출장, 일정, 그리고 기밀로 분류되지는 않았으나 민감한 다른 정보들을 논의했다.
버리아 보좌관은 장관 집무실에 보안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인터넷 회선과 개인 컴퓨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킹에 취약한 이 비보안 회선과 개인 컴퓨터, 그리고 개인 전화기를 이용해 시그널 메신저를 이용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본인의 업무용 전화기와 개인 전화기를 버리아 보좌관이 쓸 수 있도록 맡겼으며, 버리아 보좌관은 장관의 시그널 채팅방 메시지를 장관 개인 폰에 입력해 발송해주기도 했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 대상 공격 계획에 관한 메시지를 헤그세스 장관의 부인, 동생, 개인 변호사가 있는 시그널 채팅방에 입력한 인물도 버리아 보좌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 퇴역 신청을 할 당시 현역 해병 대령이던 버리아 보좌관은 정권 교체 전인 전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시절에는 현역 군인 신분의 장관 보좌관으로서 비정치적인 역할만 맡아 왔다.
버리아 보좌관이 퇴역을 신청한 목적은 현직 군인이 맡을 수 없는 국방부 내 핵심 직위를 담당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말 장관 고위보좌관으로 임명됐으며, 앞으로 장관 비서실장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중앙정보국(CIA) 고위 공무원 출신인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WSJ에 개인 전화기와 상업용 앱의 사용이 불필요한 위험을 유발한다며 "정부가 시그널(메신저)을 비보안 수단으로 간주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 등이 시그널 메신저를 업무 논의에 이용한 탓에 메시지가 제대로 기록으로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경우들이 있으며, 이는 공식 업무 기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한 법규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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