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찾은 추모객,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묘역 등 참배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지칭 한덕수 후보에 "몰상식" 비판도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지칭 한덕수 후보에 "몰상식" 비판도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980년 5월의 절규는 2024년 12월 역사의 횃불이 됐습니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이자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6일 낮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보슬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찾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미리 준비한 국화를 참배단 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묘역 곳곳을 지켰고, 묘역에 새겨진 열사들의 이름을 한자씩 곱씹으며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겼다.
태어나기 전이라 45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열흘간의 항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아낸 요인으로 주목받는 오월 정신을 되새기려는 학생 추모객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서 온 가톨릭대학교 신학과 학생 23명은 국가 폭력에 쓰러져간 영령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김명식(46) 신부는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학생들은 계엄의 심각성을 모를 수도 있다"며 "지난 비상계엄을 저지한 것은 오월 정신이고, 그 정신을 심어주고자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해마다 5월이면 5·18을 기리려는 추모객·희생자 유가족들이 5·18 민주묘지를 찾지만, 올해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고(故) 문재학 열사 묘소를 참배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온 현모(35) 씨는 "어린 나이에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문재학 열사의 기구한 사연을 소설로만 접해 오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 오월 정신이 무엇인지 말로 교육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부 참배객은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한 무소속 한덕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남 광양시민 박용철(48) 씨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면 최소한 광주사태라고 5·18을 헐뜯어서는 안 된다며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올바르게 행동하지 못한 점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5·18 유공자인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온 하모(46) 씨도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사태라는 표현을 입에 담지 못했을 것"이라며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율배반적인 태도이자 몰상식한 언행이다"고 비판했다.
민주묘지에는 지난 1∼4월 사이 3만5천115명(1월 8천329명·2월 6천405명·3월 8천94명·4월 1만2천287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398명 적지만, 참배객 폭증으로 중단된 온라인 참배 신청과 별도 예약 없이 방문해 집계되지 않는 추모객 수를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민주묘지 관리사무소는 추산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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