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기록' 선보여
구석기 눈금 돌·1948년 관보 제1호 등 100여 점 한자리에
구석기 눈금 돌·1948년 관보 제1호 등 100여 점 한자리에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잎사귀를 본떠 만든 듯한 거울에 바다가 담겨 있다. 굽이치는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한 척의 배가 보인다.
그 위에 적힌 글자는 '황비창천'(煌丕昌天).
맑고 창성한 하늘이라는 뜻의 글은 먼바다에서 항해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고려인의 마음을 품고 있다.
1948년 9월 1일 발행된 관보 제1호에는 '대한민국 30년'이라는 연호가 적혀 있다.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출발을 알리는 관보에는 헌법 전문도 실렸다.
모두 우리가 마주하는 '기록'이다. 그 속에는 누군가의 삶이, 시대의 한 장면이, 또 역사의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록이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지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기록, 메모리 오브 유'(Memory of you) 특별전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국립청주박물관·국가기록원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서는 각종 문서, 일기, 문학 작품 등 100여 점의 기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탐색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기록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구석기 사람들이 남긴 눈금 돌부터 조선시대 효종(재위 1649∼1659)이 보낸 편지, 만해 한용운(1879∼1944)의 '님의 침묵' 초판본 등이 소개된다.
시대의 면면이 드러나는 역사적 기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1927년 작성된 '대한민국 임시약헌', 1945년 12월 광복 이후 처음 간행된 '해방기념시집', 1953년 작성된 문맹 국민 완전 퇴치 계획 자료 등이 있다.

누군가의 일상도 기록으로 남아 시대상을 보여준다.
임영자 씨가 1946∼1947년 작성한 육아 일기에는 딸들이 자라는 과정이나 집안의 대소사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1946년 11월 24∼25일 일기에는 김장하는 날의 모습이 담겨 있어 당시 남한과 북한에서 김장을 어떻게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6·25 전쟁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갔던 6학년 학생이 쓴 일기장은 힘든 시기에도 친구들과 정을 쌓고 어울리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베트남 파병으로 떨어져 지낸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3·15 부정 선거와 4·19 혁명 등 역사적 현장을 기록한 제대 군인의 일기도 눈에 띈다.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연재했던 김성환(1932∼2019) 화백이 작업할 때 쓴 도구도 전시장에 공개했다.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은 "전시를 관람하며 오늘의 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우리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뜻깊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기록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가 만나 공감할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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