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의·美장관 방한 때 '존재감'…HD현대, 미래형 조선소 목표
한화오션, 필리조선소에 기술 이식…삼성重 "24시간 운영 조선소"
한화오션, 필리조선소에 기술 이식…삼성重 "24시간 운영 조선소"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최근 한미 협력 분야로 주목받는 '스마트 조선소'는 선박 건조 현장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모두 끌어올리는 통합 설루션을 말한다.
조선업 재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의 낙후한 인프라, 숙련 인력 부족 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스마트 조선소 기술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미국 측은 조선 협력을 먼저 언급하며 미국 내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기술 이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은 같은 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차례로 찾아 디지털 전환, 조립 자동화 공정 등을 유심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최근 수년간 스마트 조선소 구축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는 미국 방산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해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미래형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재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달성한 상태로, 실제 조선소를 가상의 공간에 3차원(3D) 모델로 구현하는 '트윈포스'를 활용 중이다.
이를 통해 세부 설계, 생산공정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작업 오차와 중복 업무가 줄어들고 업무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HD현대는 설명했다.
HD현대는 내년까지 2단계 '연결-예측 최적화 조선소'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최종 목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는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에 시뮬레이션 검증을 도입해 공정 지연과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생산성은 30% 오르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2021년 업계 최초로 설립한 '디지털 생산센터'를 중심으로 스마트 조선소를 확대해오고 있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조선소의 관제탑 개념으로,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시운전 선박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나뉜다.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적치 공간을 찾아낸 뒤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고 스마트 시운전센터는 예인선이나 헬기 없이도 시운전 중인 선박을 원격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스마트 조선소 시스템을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도 이식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용접, 도장 등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고 재작년에는 자동 용접 시스템을 통해 작업 효율성을 30% 개선했다.
작년에는 모든 선박 건조 작업에 3D 디지털 생산 도면을 적용해 조선업계 최초로 '100% 무(無)도면 조선소'를 달성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스마트 제조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며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미래형 조선소를 목표로 데이터 기반 생산과 AI를 결합한 획기적인 자동화 공정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은 최근 수년간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려 왔다"면서 "스마트 조선소가 한미 간 주요 협력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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