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을 앞세운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개막 직후 1할7~8푼대 타율로 굉장히 고전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한화와 붙는 상대팀들이 에이스급 선발 투수둘을 줄줄이 투입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7연승을 달리며 KBO리그에서 18년 만에 '30경기 이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역투와 전날 주루사를 홈런포로 속죄한 문현빈의 활약 등을 묶어 삼성 라이온즈를 3-1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최근 17경기에서 15승 2패를 기록하는 괴력의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한화는 지난달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같은 달 23일 사직 롯데전까지 선발 투수 5명이 8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두면서 가파른 반등세를 탔다.
이어 2연패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26일 대전 KT전부터 이날 삼성과의 홈 경기까지 다시 7연승을 내달리고 훨훨 날았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이번 시즌 35경기에서 22승 13패를 기록했다. 마침 선두 LG 트윈스가 같은 날 '잠실 라이벌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2-5로 패하고 역시 22승 13패가 되면서 한화는 LG와 공동 1위가 됐다.
한화가 시즌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1위에 오른 건, 2007년 5월 31∼6월 2일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한화는 지난해처럼 개막 직후인 4월에 반짝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었으나 5월에 접어들 무렵 순위가 곤두박질 치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는 달라서 초반 18경기 7승 11패의 저조한 성적에서 대반전을 이뤘다.

지난겨울 4년 70억원에 삼성과 FA계약을 체결한 상대 선발 최원태와 부딪한 한화는 1회말 결승점을 뽑아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문현빈이 최원태의 140km/h 컷패스트볼을 공략해 왼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린 것이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다.
문현빈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4회초 견제사를 당했다. 김경문 감독은 4회말 수비 때 문현빈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며 문책성 교체를 단행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삼성전 앞두고 "프로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에러는 나온다. 특히 낮 경기가 그렇다. 그런데 첫 번째, 두 번째 나온 장면 뒤에 세 번째(문현빈 견제사)는 감독이 참을 수 없는 장면이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한 뒤 문현빈에게 3번 타자 좌익수를 맡기며 다시 선발로 집어넣었다.
문현빈은 첫 타석에서 속죄포를 터트린 셈이다.
한화는 3회에도 한 점을 뽑아냈다.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좌중간 안타와 도루로 만든 2사 2루에서, 노시환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추가점을 뽑았다.
삼성 역시 경기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귀중한 한 점을 뽑아냈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성규가 와이스의 134km/h를 때려 좌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승부의 갈림길에서 기세를 다시 올린 쪽은 한화였다. 한화는 이번에도 1사 후 문현빈이 득점의 물꼬를 트는 좌중간 안타, 이어진 노시환의 중견수 앞 행운의 안타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주장 채은성이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태 3-1로 달아났다.
한화는 8회 박상원, 9회 김서현이 차례대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뿌리고 승리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왔다가 정식 계약을 한 뒤 올해 재계약까지 이끌어낸 와이스는 7이닝을 3피안타 1실점 5탈삼진으로 막고, 시즌 5승(1패)째를 챙겼다.

전날 한화 이글스 최연소 10세이브를 찍은 김서현은 하루 만에 다시 세이브를 기록을 11개로 늘렸다.
전날까지 단독 선두였던 LG는 두산에 패하면서 단독 선두가 아닌, 공동 선두가 됐다.
두산이 LG를 5-2로 잡아내면서 3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은 1회말 선두 타자 정수빈의 내야 안타 등으로 만든 2사 2루에서 김재환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3회엔 선두 타자 정수빈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박준영과 정수빈의 연속 안타로 3-1을 만들었고, 양의지의 유격수 내야 안타 때 3루 주자 정수빈이 홈을 밟았다.
두산은 어빈이 내려간 7회에 한 점을 내줘 4-2로 쫓겼으나 8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박준영의 좌익수 희생타로 한 점을 다시 달아나면서 승부를 갈랐다.
정수빈은 3회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볼넷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면서 '두린이들'에게 승리 선물을 안기는 주역이 됐다.

두산은 15승 19패 1무(승률 0.441)로 8위다.
고척에선 KIA 타이거즈가 안타 15개를 몰아치며 홈팀 키움 히어로즈를 13-1로 대파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직에선 SSG 랜더스가 선발 미치 화이트의 8이닝 1실점 역투와 간판 타자 최정의 프로 통산 498번째 홈런을 묶어 롯데 자이언츠를 7-1로 이겼다. 롯데는 최근 3연패에 빠졌다. 20승 16패 1무(승률 0.556)으로 단독 3위는 지켰지만 4위 삼성, 5위 KT 위즈와 승차가 각각 0.5경기, 한 경기에 불과하다.
수원에선 NC 다이노스가 KT 위즈를 6-2로 이기고 최근 홈구장 NC파크가 폐쇄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3연승을 질주했다. NC는 13승 18패(0.419)로 9위다.
사진=한화 이글스 / 잠실, 고아라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