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진하고 깔끔한 누아르의 정석…'광장'
연합뉴스
입력 2025-05-02 07:19:00 수정 2025-05-02 07:19:00


웹툰 '광장'[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주먹이 곧 권력인 어두운 뒷골목의 이야기는 수없이 변주돼 왔다.

때로는 속고 속이는 배신을 추가해 잔혹한 이야기로, 때로는 웃음기 가득한 코미디로 표현되기도 했다.

웹툰 '광장'은 이 같은 곁가지를 다 떼어내고 고독한 강자와 남자들의 끈끈한 의리, 피 튀기는 액션만 남긴 정통 누아르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과거 여의도 광장 한복판에서 주먹 하나로 서울을 제패했던 전설적인 깡패 남기준이다.

동생을 위해 스스로 한 쪽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은퇴했지만, 15년 뒤 동생이 살해되자 복수를 위해 다시 일어선다.

동네 불량 학생부터 심부름센터, 청소업체 등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동생의 죽음을 사주한 이들을 추적하고, 끝내는 한국 양대 범죄조직 주운·봉산의 회장 일가와 맞서게 된다.

더없이 단순한 서사지만, '광장'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출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기준은 한쪽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거침없는 판단력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상대 성기를 틀어쥐거나 눈을 찌르고, 주먹으로 싸울 듯하다가 날붙이를 꺼내 기습하는 기준의 싸움 방식은 때로는 비열하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동시에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격언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액션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만큼 맨주먹부터 묵직하게 개조한 야구 배트, 골프채, 너클, 깨진 술병 등을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서술 방식도 특이하다.

과거 기준의 싸우는 모습을 일인칭 회고 형식 대신에 오랜 지인 춘석의 입을 통해서 묘사해 기준을 범접하기 힘든 전설적인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웹툰 '광장' 로고[오세형 작가 SNS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대부분의 장면은 흑백 톤이다. 넥타이나 찻잔, 경찰복 등 몇몇 사물에만 포인트로 색을 넣어 묵직한 분위기를 더했다.

'검은 화면에 검은 주제를 다룬 검은 영화'라는 누아르의 어원에 닿아있는 듯한 작화다.

웹툰치고는 짧은 63화로 완결됐다. 마지막 회에서는 어설픈 열린 결말 대신에 꽉 닫힌 결론을 보여주며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과거 기준과 동생, 춘석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를 슬쩍 보여주는 장면은 웹툰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 같다고 느끼게 한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으며, 소지섭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나올 예정이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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