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부' 최민호 "강박증 인물 연기하려 두달째 매주 짜장면"
연합뉴스
입력 2025-04-25 17:08:47 수정 2025-04-25 17:08:47
"관객에 둘러싸여 숨을 곳 없는 무대, 적응하니 오히려 재밌어"
2인극으로 두 번째 연극 도전…"샤워하면서, 자기 전 연습 또 연습"


'랑데부' 배우 최민호 인터뷰연극 '랑데부'의 배우 최민호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태섭의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 저도 두 달 반째 똑같이 매주 수요일 짜장면을 먹고 있어요. 이젠 화요일마다 '내일 짜장면 먹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죠. 처음엔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덕분에 인물에 한발짝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배우 최민호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랑데부' 속 강박에 사로잡힌 과학자 태섭을 연기하고 있다. 최민호는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25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최민호는 "제가 평소 계획형 인간이 아닌데 태섭은 '슈퍼 계획형'인 인물이어서 저도 계획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공연이 있는 날엔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양말도 오른쪽부터 신는 식으로 '루틴'을 무조건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호는 그가 속한 그룹 샤이니의 팬들 사이에서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이번 '랑데부' 무대에서도 최민호는 열정을 불태워 걸음걸이와 숨 쉬는 시점까지도 미리 계획해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언제 숨을 쉴지, 등장할 때 걸음걸이를 어떻게 할지까지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이 대사에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내고 의미를 파고들면서 한 겹씩 더 대사를 단단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랑데부'는 2인극이라 대사가 워낙 많아서 아침에 눈을 뜨면 샤워하면서 독백 대사 네 개를 연습하고, 자기 전에 또 한 번 연습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긴 대사를 연습할 때면 마치 AI(인공지능)가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랑데부' 배우 최민호[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랑데부'는 지난해 8∼9월 처음 공연한 뒤 이달 5일 재연 무대에 오른 창작극으로, 최민호는 재연에 합류했다. 배우 두 명씩 짝을 이룬 2인극에서 최민호는 배우 김하리와 호흡을 맞춘다.

최민호가 연기한 태섭은 아픈 가정사로 인해 강박증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는 태섭은 어느 날 짜장면 맛이 달라졌다며 식당 사장인 지희(김하리 분)에게 화를 낸다.

지희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았지만, 마음속에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품고 있다. 아버지가 생전에 아픈 어머니를 외면하고 식당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자의 아픔을 가진 태섭과 지희는 차츰 가까워지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된다.

최민호는 "공연 때마다 관객들이 편지를 주는데, 전부 읽고 있다"며 "관객의 편지 중에 '연극 내용이 마치 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놀랐다'는 내용이 있어서 전하려 한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랑데부' 배우 최민호[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민호는 데뷔 초인 2010년부터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연극 도전은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이어 '랑데부'가 두 번째다. 그는 샤이니 멤버로 대형 콘서트 무대에 수없이 올랐는데도 연극 무대의 긴장감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민호는 "예전부터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관객들의 반응을 곧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져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무대에 오르면 이유 없이 너무 떨린다"며 "실수한다고 해서 지구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처음엔 알게 모르게 정신과 몸이 긴장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저는 그런 긴장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떨면서도 헤쳐 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랑데부'는 무대 구성이 독특한 연극이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길이 17m, 폭 2.5m 직사각형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이 배치되며, 배우들은 관객들에 둘러싸여 연기한다.

최민호는 "제 앞에도 뒤에도 관객이 있고 숨을 곳이 없어서 앞서 연기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때보다 이번 연극이 더 어렵다"며 "대신 그만큼 공연을 한 번 할 때마다 성장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360도 오픈된 무대에서도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특수하고 특이한 무대여서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적응하니까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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