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점령지 포기…미, 종전안 공식화로 우크라 압박 강화(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5-04-24 11:01:55 수정 2025-04-24 11:01:55
美부통령, 우크라에 사실상 '영토 포기' 공개 압박…크렘린궁 반색
트럼프, 젤렌스키에 "킬링필드 장기화할 뿐" 맹공…우크라 "항복 안한다"
루비오 불참으로 미·우크라·유럽 외무회담 불발·실무급 격하


17일 파리에서 열린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 회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파리=연합뉴스) 김지연 송진원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사실상 포기하라는 종전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 그간 은연중에 러시아를 편들던 입장을 공식화했다.

러시아는 즉각 "미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반색했고, 우크라이나는 설마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게 되면서 일단 "항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열려고 했던 외무장관 회담은 연기됐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밴스 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종전안과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매우 분명한 제안을 했다"며 "이제 그들이 받아들일 때이며, 그게 아니라면 미국은 손을 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살인을 멈추려고 한다. 현 상황과 비슷한 수준에서 영토 경계선을 동결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소유한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그간 드러내지는 않고 러시아 편을 들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조건을 당국자 입으로 공식 제시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밴스 부통령이 거론한 종전 조건은 영토 경계를 현재대로 동결하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는 모두 우크라이나가 난색을 보여온 것들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인 22일까지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면 거부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평화협상에 매우 해롭다"면서 "'킬링 필드'(대학살)를 더 장기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같은날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던 우크라이나, 유럽 주요국과 외무장관 회담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우크라이나와 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들은 이날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회의에 이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종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는 참석을 취소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만 예정대로 참석했다.

루비오 장관의 영국행 취소는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의 참석 취소로 이어졌고 회의는 실무급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대해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얼마나 많은 진전이 있는지 의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이중의 타격이라며 미국 협상단의 축소는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유럽의 노력에도 상징적 후퇴라고 지적했다.

인도에서 취재진에 답하는 밴스 부통령[AFP 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의 협박성 발언에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양보하는 방식의 평화협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평화로 위장된 동결된 전쟁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썼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과 밀착해온 러시아는 밴스 부통령 발언에 즉각 반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화 합의를 둘러싼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는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재차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그간 세 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해왔고, 최근 면담은 지난달 13일이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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