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FC서울이 시즌 중 주장 제시 린가드가 영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할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직접 증인이 되기로 한 린가드를 위한 구단의 배려이기도 하다. 린가드의 본업은 축구 선수지만, 때로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법이기도 하다.
린가드는 지난 19일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 홈 경기를 마친 뒤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할아버지를 변호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린가드는 현지시간으로 21일 리버풀 크라운 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증인으로 출두해 자신의 할아버지인 케네스 린가드를 변호하는 증언을 했다. 린가드의 할아버지 케네스는 현재 한 여성이 5세 때부터 19세가 될 때까지 총 17회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케네스를 고소한 여성은 현재 60세로, 지난 2022년 린가드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언톨드 : 제시 린가드 스토리'가 공개된 이후 케네스가 좋은 할아버지로 미화됐다면서 자신이 케네스로부터 수년간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 중이다.
이 여성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뒤 린가드에게 린가드와 그의 가족들을 압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할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숨기지 않았던 린가드는 케네스가 기소되자 할아버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행을 결심했다.

린가드의 소속팀 서울도 린가드가 출국하는 이유가 중요한 개인사라고 판단, 이례적이지만 린가드가 영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일각에서는 오는 26일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 원정 경기에 동행하는 조건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린가드의 이번 출국에 특정한 조건이 걸려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물론 김기동 감독도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배려를 받고 리버풀 법원에 출두한 린가드는 "(이 여성은) 갑자기 나타났다. 조금은 막무가내였다. 우리 가족이 이룬 것들에 대한 질투처럼 보인다"며 "(할아버지의) 혐의를 알았다면 몇 년 전에 할아버지와 연을 끊고 내 딸과 여동생도 할아버지와 가까이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 여성은 다큐멘터리에 대해 입을 열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그런 짓을 했음에도 내가 그를 다큐멘터리에 출연시켰다는 걸 이야기했다. 나는 '무슨 소리야, 난 이 일에 관해 들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여성에게 '원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린가드는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분"이라며 "할아버지는 내게 축구를 비롯한 모든 기술을 알려줬고, 리버풀에서 여러 지역까지 직접 운전해 주면서 내가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케네스를 변호했다.
린가드는 할아버지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한국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몇 건의 스폰서십이 무산됐고, 이외에도 스폰서십 계약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스카이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