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중장년층, 소득 공백에 노인연령 상향 반대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노인연령 기준 상향을 위해서는 노인 빈곤과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서울 삼경교육센터에서 제5차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청년과 중장년층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 세대의 시각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노인연령 상향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동시에 노인 빈곤과 불평등,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관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활동가는 "기대수명과 노인 인지연령 연장, 재정부담 등에서 장기적으로 노인연령 조정은 필요하지만 고용형태, 소득보장제도, 노후 대비 제도 등이 맞물려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계청에 따르면 55∼64세 취업자의 17%, 65∼79세 취업자의 34%가 단순노무종사자로 급여는 낮고 고용안정성은 취약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8∼65세 지니계수(불평등 지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0.350이고 66세 이상은 0.540이었다"며 "빈곤과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년의 삶은 비극적이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경희 대전중장년지원센터 사무국장도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면서도 "조기 은퇴 이후 연금 수급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책과 노인 빈곤 해결책이 없다면 복지 사각지대 심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 국장은 "최근 센터 설문조사에서 50∼60대에 '노인 연령 기준을 몇 세로 보냐'고 물었더니 62%가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적 연령 기준을 몇 세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52%가 '현재처럼 유지하자'고 했다"며 "퇴직 후 연금 수령 나이까지 소득 공백기가 있어 노인 연령을 올리면 복지 혜택이 감소할까 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경아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장도 중장년층의 노인 복지 축소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노인으로 불리는 것은 싫지만 연금 등 복지가 미뤄지는 것도 싫다는 것이 (중장년층) 당사자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한편 청년층에서는 '노인연령 상향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류를 늘려 청년의 일자리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이런 전략의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그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경쟁하지 않도록 전체 노동 시간을 줄여 고용을 나누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인데, 이를 단축해 고령층은 무리하지 않게 하고 청년층에는 신규 일자리의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건강과 자기발전, 여가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 중장년층의 이질성·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남경아 과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2차 베이비부머들은 노년기 삶의 모습을 굉장히 다양하게 그리고 있다"며 "노년의 행복권 추구가 일자리로만 보장된다는 신화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일자리 선택지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같이 나왔다"고 했다.
이에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중장년층 내에서도 상당한 격차와 상황이 존재한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노년의 삶에서 진정한 선택권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fa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