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신세계·롯데 vs 네이버+컬리…신선 경쟁력에 승부수
작년 소비위축에도 신선은 두 자릿수 성장…"유통 경쟁 핵심"
작년 소비위축에도 신선은 두 자릿수 성장…"유통 경쟁 핵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신선식품 시장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태세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까지 성장 잠재력이 큰 신선 영역을 승부처로 보고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선두 주자인 쿠팡은 최근 신선식품 영역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엄 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의 산지 직송 물량도 크게 늘렸다. 충남 금산군과 경남 남해군, 경북 성주·고령군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농·특산물 매입을 확대하는 중이다.
산지 직송은 당일 오전 수확한 농·특산물을 농가와 가까운 신선물류센터를 거쳐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중간 거래상을 배제해 판매가는 낮추고 신선도는 높이는 전략이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얽힌 로켓배송망이 이를 가능케 했다.
쿠팡이 지난 2019년 신선식품 전문 로켓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신선식품 매출 규모는 미미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출이 늘기 시작하면서 최근 1∼2년 새 눈에 띄게 속도가 붙었다.

일례로 신선식품의 대표 품목인 과일의 경우 지난해 매입 규모가 2021년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네이버(NAVER)[035420]와 컬리는 신선식품을 매개로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쿠팡에 맞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휴에 따라 컬리는 올해 안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당일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집까지 배송해주는 컬리의 새벽배송을 네이버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컬리는 판로를 넓히는 효과를 바라본다. 양사 모두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한 외연 확장의 기대감도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SSG닷컴(쓱닷컴)은 이마트[139480]의 식재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장보기 카테고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식품관인 미식관의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한편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새벽배송 서비스 범위를 충청권과 부산·대구·광주 등으로 넓히며 배송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신선식품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선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같은 사회인구학적 변화와 맞물려 최근에는 온라인 구매 수요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 신선식품 품질이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개선된 점 역시 이러한 수요를 추동했다.
실제 지난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은 12조8천294억원으로 2019년(3조7천230억원) 대비 3.4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소매판매액(640조5천461억원)이 전년보다 0.1% 감소한 상황에서도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매출은 17.2%나 늘었다.
근래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의 성장 여력은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영역별 온라인 침투율(소매판매액 대비 온라인 거래액 비율)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신선을 포함한 전체 식품 부문 온라인 침투율은 26.2%로 가전·통신기기(38.0%), 패션(44.7%), 화장품(37.4%)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통의 그로서리(식료품) 강자로 군림해온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존심인 신선식품 영역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업계는 전체 점포 면적의 80∼90%를 식료품에 할애한 특화 점포를 늘리고 있고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체들도 핵심 점포의 식품관을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라인 고객 수요까지 흡수하는 확장 전략도 병행한다.
이마트는 월 300만명이 이용하는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산지 직송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더투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마트가 검증한 50여개 신선 상품을 주문하면 산지에서 바로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마트도 이달 초 영국의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만든 식료품 전용 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하고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내년 상반기 롯데마트 제타와 연계한 부산 자동화물류센터가 완공돼 배송경쟁력까지 갖추면 온오프라인 신선식품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롯데 측은 기대한다.
1∼2인 가구의 집 앞 장바구니 채널로 주목받는 편의점도 앞다퉈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 세븐일레븐은 자매사인 롯데마트·슈퍼와 손잡고 이날부터 채소와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 17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소포장 방식으로 기존 상품 대비 단가를 5∼10% 낮췄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이른바 '편장족'을 겨냥한 신선 강화 전략이다.
GS25는 일반 매장보다 장보기 관련 식품군이 500여종 더 많은 신선강화형 매장(FCS·Fresh Concept Store)을 키우고 있다.
도입 첫해인 2021년 세 개에 불과했던 FCS 수는 지난달 현재 591개까지 늘었다. GS25는 올해 안에 FCS를 7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CU 역시 2023년 9월 처음 선보인 장보기 특화 매장 수를 지난해 70여개에서 올해 1분기에는 100여개로 늘렸다. 아울러 990원 극가성비 채소를 비롯한 소포장 신선 시리즈를 앞세워 관련 수요에 부응한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공히 생존을 위해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영역"이라며 "앞으로 신선 영역이 유통시장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