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잇던 아버지의 조선통신사 수집품…그 마음 전해지길"
연합뉴스
입력 2025-04-23 08:00:02 수정 2025-04-23 20:24:03
재일교포 사학자 신기수 선생 딸 신이화씨…국교 정상화 60주년
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에 부친이 모은 30점…'성신교린' 되새겨


인터뷰하는 신이화씨[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내 것, 네 것을 가르기보다 교류하고 공유하는 정신. 그게 조선통신사의 매력 같아요."

조선통신사 연구를 개척한 재일 교포 사학자 고(故) 신기수(1931∼2002년) 선생의 둘째 딸 신이화(61)씨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조선통신사 특별전 해외협력·자문위원을 맡아 최근 일본에서 한국을 찾은 신씨는 기념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오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조선시대 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이 열린다.

일본 에도도쿄박물관과 오사카 역사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의 협력으로 양국이 소장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 유물 128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신기수 선생이 생전 오사카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신기수 컬렉션' 140점 중 28점 등 총 30점도 포함돼 있다.

통신사 상상관이 탄 배와 수행하는 배를 그린 그림오사카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신기수 선생 수집 작품.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이화씨는 "2년 전에 박물관 측에 조선통신사 전시가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면서 "언젠가 한국에서 조선통신사를 제대로 조명하고 젊은 세대와도 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루게 됐다"며 웃었다.

조선통신사를 향한 신씨의 관심과 애정은 부친의 뒤를 이은 것이다.

신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사재를 털고 빚을 내서라도 백방으로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한국과 일본이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의 정신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다수의 책을 썼다.

아버지가 1979년 만든 기록영화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는 일본에서 반향이 일었다. 묻힌 역사였던 조선통신사의 존재가 알려지며 이후 일본 역사 교과서에도 조선통신사가 언급됐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신씨는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 나를 불러 '너희 아버지가 역사 교과서를 바꿨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인터뷰하는 신이화씨[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아버지는 어두운 역사를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불행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셨다. 늘 밝은 역사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며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지 않은 시절도 있었지만, 굴곡이 있을 때도 전쟁보다는 평화를 추구했던 시기가 있었던 점을 기억하고 그 시대에도 눈길을 주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조선통신사를 연구하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지길 소망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구하시면 늘 집으로 가져오셔서 한국인, 일본인을 막론하고 많은 손님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셨다"며 "처음엔 데면데면하던 손님들이 자료를 앞에 두고 머리를 맞대다 보면 어느새 긴장이 풀려 친해지곤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집에서 열린 '작은 전시'에서 그랬듯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들이 과거와 같이 현재에서도 교류와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기수 선생[신이화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o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