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5개월 만에 부분 변경…코너링에 요철·고속주행 모두 안정적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제네시스의 '아픈 손가락' GV60이 3년 5개월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GV60은 2021년 10월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로서 야심 차게 시장에 나왔지만, 배다른 형제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에 가려져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출시 이후 39만5천대, 27만대 팔렸으나 GV60은 누적 2만7천대 판매에 그쳤다.
이에 제네시스는 이번 부분변경 모델을 준비하며 GV60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에서 GV60 부분변경 모델을 처음 만났다.
퍼포먼스 AWD(사륜구동) 모델에 외장은 세레스 블루, 내장은 갤럭시 블랙과 아쿠아 크린 투톤이다.

외관은 유려한 실루엣을 계승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미묘한 변화가 눈에 띄었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헤드램프에는 작은 램프가 다수 배열되는 마이크로렌즈어레이(MLA) 기술이 적용되면서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줬다.
측면부에서는 5-스포크 기반의 21인치 다크 메탈릭 글로시 그레이 휠이 강인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후면부는 스키드 플레이트(하부 보호판)가 차체와 같은 색상으로 처리돼 깔끔해 보였다.
내부로 들어가자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가장 눈에 띄었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가로막았던 베젤이 사라지면서 27인치의 널찍한 화면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실내가 넓어 보이는 느낌은 덤이었다.
가죽 시트, 센터 콘솔, 내장재 곳곳에서는 제네시스만의 고급스러움이 풍겼다.

시승은 서울 관악구에서 경기도 안산 대부도를 찍고 돌아오는 약 120㎞ 코스였다. 약 3시간 40분이 걸렸다.
골목길에서 국도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바로 편안한 승차감이었다.
과속방지턱과 울퉁불퉁한 요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의 전·후륜 쇼크 업소버(충격 완화 장치) 밸브를 개선해 감쇠력 자유도를 높인 덕분이다.
전륜 서스펜션에만 적용했던 하이드로 부싱을 후륜 서스펜션에도 추가해 진동 유입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코너링할 때는 쏠림 없이 차체가 꽉 잡혀있는 느낌을 받았다. 브레이크를 불필요하게 조절할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뻥 뚫린 직선 구간에서도 승차감은 유지되는 가운데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과 부스트 모드가 주행에 재미를 곁들였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소리를 재생하는 '호라이즌', 6기통 엔진음을 구현한 '헤리티지: 블랙'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 자연스러웠고 음량도 적절했다.
운전대 하단에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시트가 운전자의 등을 꽉 잡아줬고 마치 레이서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누르자 계기판 숫자는 빠르게 올라가며 차량은 순식간에 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부스트 모드를 작동하면 연구소 측정 기준 최고 출력 360kW(490ps), 최대 토크 700Nm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는 4초가 걸린다.
GV60의 안정적인 승차감 덕분에 실제 속도보다 느리게 달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바람이 차체에 부딪혀 생기는 풍절음이 거의 없는 점도 한몫하는 듯했다.
이번 모델은 흡음·차음재가 보강됐고 윈드실드(앞 유리창) 전방 실링 구조가 개선됐다고 제네시스는 설명했다.

장거리 주행에서 요긴했던 기능 하나는 바로 음향이었다.
스피커를 17개를 활용한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과 차세대 몰입형 공간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의 결합은 음악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GV60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별도의 장치 연결 없이 즐길 수 있다보니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다만 시승을 마치고 2열 공간에 앉아보니 천장이 낮게 느껴지는 것은 흠이었다. 키 180㎝를 기준으로 정수리가 천장에 닿았다.
계기판 상 연비는 5.7㎞/kWh(킬로와트시)를 가리켰다. 주행 전 75%였던 배터리 충전량은 52%였다.
GV60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스탠다드 모델 기준 481㎞로 이전보다 30㎞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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