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소음 인정' 10% 수준 그쳐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만들어야…'신축 전수 조사' 입법청원도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만들어야…'신축 전수 조사' 입법청원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21일 서울 관악구 아파트 방화 용의자가 다른 주민과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한 적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일이 반복되는 데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전화나 온라인으로 상담한 건수는 작년 3만3천27건이다. 상담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1년(4만6천596건)에 견줘서는 29.1% 줄었지만, 이웃사이센터가 문을 연 2012년(8천796건)보다는 275% 많아진 수준이다.
1차 전화·온라인 상담 후 추가 상담이나 현장 진단이 이뤄진 경우는 지난해 기준 각각 5천224건과 1천888건에 그쳤다.
이웃사이센터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층간소음 문제만큼이나 오래됐다.
센터의 인력이 부족한 데다가 1∼24시간 진행되는 측정 중 집을 비워줘야 해 소음을 측정 받기 매우 어렵고 겨우 측정 받아도 '법적 층간소음 기준'에 이르지 못할 때가 많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이웃사이센터가 소음을 측정한 3천609건 중 법적 기준을 넘은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정된 경우는 416건으로 11.5%에 그친다. 나머지 88.5%(3천193건)는 소음이 기준 이내로 측정됐다.
이는 층간소음 기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2023년 1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상 '직접충격소음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은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 39dB, 야간(오후 10시∼이튿날 오전 6시) 34dB로 종전보다 각각 4dB 낮아졌지만, 이 역시도 층간소음이 주는 고통에 견주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소음 기준으로 1분 등가소음도 기준 주간 35dB과 야간 30dB을 권고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개입하는 조정까지 나아가는 경우는 더 적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4년부터 작년까지 층간소음으로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경우는 각각 22건과 176건으로 연평균 2건과 20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층간소음 문제는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가 2023년 발간한 보고서 '층간소음 범죄의 특성과 경찰의 대응 방안: 강력범죄를 중심으로'를 보면 2021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층간소음 관련 112 신고는 총 13만7천912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160건, 1시간에는 7건씩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었다.
층간소음 관련 신고의 51.8%는 '폭력'으로 종결됐고 '가정폭력'과 '스토킹'으로 종결된 경우가 각 11.0%와 8.2%로 뒤를 이었다. 층간소음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점을 방증하는 수치다.
또 층간소음과 관련해 경찰의 중재나 개입을 요구한 신고(3만1천150건) 가운데 93.8%(2만9천232건)는 '2회 이상 반복 신고된 경우'였다.
경실련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과 관련해 일어난 살인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급증했다.
온라인상엔 층간소음에 '대응'하기 위한 스피커나 고무망치까지 팔리고 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운영 중이지만 실효성이 적다고 평가받는다.
이 제도는 2022년 8월 4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사용승인 전에 정부 지정기관이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4등급 기준치인 49dB을 넘으면 사용검사권자(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주체에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후확인제는 전체 공동주택 중 2∼5% 정도의 아파트만 대상으로 '샘플링 테스트'로 진행돼 나머지 세대는 사실상 사후확인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가 확인 결과를 분양자에게만 공개해 분양자에게 집을 사서 들어오는 사람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준치를 넘었다고 건설사가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정부가 2023년과 2024년 각각 40억원과 12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으나 실적은 하나도 없었다.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인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은 지난 17일 모든 공동주거시설 신축 시 층간소음 실측 전수 조사를 의무화하고 입주자에게 실측 결과를 고지하도록 하는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에 입법청원을 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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