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넘는 희망·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부활절에 울린 염원(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4-20 20:20:00 수정 2025-04-20 20:20:00
"교회, 때로는 권력 지향…비성경적 정치 행위 멀리해야" 특별담화'분열 극복'·'장애인 차별 없는 나라' 기원


정순택 대주교, '주님 부활대축일 낮미사' 집전(서울=연합뉴스) 부활절인 2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인 명동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주님 부활대축일 낮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5.4.20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부활절인 20일 천주교와 개신교는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고 최근 혼란과 어려움을 겪은 한국 사회가 희망과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했다.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의 정치 행위가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교회의 권력지향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했다.

정 대주교는 "계엄 선포로 시작된 깊은 혼돈과 정치적 혼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선언,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 과정을 이어가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최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거론하고서 "어둠을 넘어서는 희망과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론했다.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서울=연합뉴스) 20일 부활절을 맞아 서울 명동성당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가 열리고 있다. 2025.4.20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분쟁과 전쟁으로 불의와 억압, 분열과 소외의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참 평화와 위로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며 세계 각지에서 곤란에 직면한 이들을 향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 소재 광림교회에서는 국내 개신교 72개 교단이 참가한 가운데 '202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연합예배에 참가한 교단장들은 "역사를 뒤돌아보면 때때로 교회가 권력 지향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세속적 가치관을 따름으로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소홀히 하였음을 통렬히 반성하며 참회하는바"라고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어 "최근 일부 극단적 정치 행위에 교회가 연루되고 있다는 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고 전하고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벗어나 한편으로 치우진 극단의 극우-극좌 비성경적 정치 행위를 멀리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화는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교계 안팎의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02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서울=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202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리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대한성공회는 박동신 의장주교 명의로 배포한 부활절 메시지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가운데 산불이 영남 지방을 휩쓸었고 제주 4·3추념일, 4·16 세월호 참사일, 4·19 혁명 기념일 등 역사적 분기점에 이어 부활절을 맞이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이 땅의 교회가 맞이하는 부활절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모진 추위를 견디어낸 끝에 찾아온 봄 같다"고 비유하고서 "때로는 길 위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길 위에서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끝내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 뵐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이 소망을 놓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음을 모으기도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장애인의 날이기도 한 이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리자는 뜻을 담아 서울 중구 소재 구세군서울제일영문에서 '2025 한국 기독교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을 열었다.

'2025 한국 기독교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중계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참가자들은 "차별이 없는 하나님 나라가 속히 오게 하고, 손상이 장애가 되지 않고 장애가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는 이미 이루어진 것같이, 이제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라"는 내용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기도'를 올리며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은 사회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발달장애를 가진 성악가들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혼성 앙상블인 미라클보이스앙상블, 농인으로 이뤄진 서울농아감리교회 할렐루야찬양대 등 장애인 예술팀과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서울디아스포라 댄싱팀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2002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시작해 부활절·성탄절 등 개신교의 축일에 참사 유가족, 쪽방촌 주민, 해고 노동자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예배'도 이어졌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장면[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열었다.

예배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이 잃은 것은 단지 돈과 집만이 아니다"라며 "전세사기 특별법이 실효성 있게 연장되게 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게 하라"고 기도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모인 헌금 중 예배에 들어간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KBS는 헨리 아펜젤러(1858∼1902)·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두 선교사가 1885년 4월 제물포항에 도착한 뒤 140년에 걸쳐 개신교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다큐멘터리 '기적, 사람을 향하다'를 방영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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