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일직면 주민, 봄철 맞아 마늘·땅콩밭 가꿔
"농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바빠지기 시작"
"농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바빠지기 시작"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움직여야 힘이 나니까 밭에 나왔어요."
2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2리.
해가 뜨자 마을에는 주민들이 한두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 안동체육관 임시텐트에 머물면서 이곳으로 아침저녁마다 오가는 경북산불 이재민들이다.
이날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이태후(85)·권오필(84) 노부부는 땅콩 농사에 여념이 없었다.
권 어르신은 흙바닥에 앉은 채 주름진 손으로 싹이 난 땅콩을 옮겨 심고 있었다.
혹여나 잎이 다칠까 봐 싹을 하나씩 조심히 용기에 담은 후 숟가락으로 흙을 덮었다.
그는 비닐하우스 내부의 높은 온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이태후 어르신은 새로 사 온 밀짚모자를 부인에게 씌워주며 작업에 필요한 여러 장비도 가져왔다.

이 어르신은 "농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며 "안동체육관에서 아침을 먹고 20분간 차를 몰아서 밭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바쁜 사람들은 아침도 안 먹고 일찍 작업을 나왔다"고 했다.
이날 싹이 난 땅콩들은 날이 더 따스해지면 비닐하우스 밖 밭에 심는다. 노부부는 땅콩을 수확하면 시장 상인들에게 판다고 한다.
권 어르신은 "고추 모종도 사서 심을 계획"이라며 땅콩 싹 옆에 가지런히 정리된 밭을 손으로 가리켰다.

비닐하우스 주위에 펼쳐진 마늘밭에서는 비료를 뿌리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만난 이환열(72) 어르신은 포대에서 비료를 꺼내 플라스틱 바가지에 담고 작업에 나섰다.
그는 밭고랑에서 걸음을 천천히 내디디며 한손으로 비료를 골고루 흩뿌렸다.
밭에는 푸른 마늘 줄기가 비닐을 뚫고 종아리 높이쯤 자란 상태였다.
푸릇푸릇한 마늘밭은 쑥대밭이 돼 회색빛으로 변한 마을과 색이 선명히 대비됐다.
이 어르신은 오전 작업을 마친 후 "봄이니까 마늘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에 비료를 뿌려줘야 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는 "마늘 싹이 얼지 말라고 덮어 놓은 비닐을 뚫고 올라온 지 한 달 정도 됐다"며 "어제는 살균제도 뿌렸다"고 말했다.

인근 밭에서도 주민 황귀서(87) 어르신이 마늘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산불로 집을 잃어버린 그는 이웃 주민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황 어르신은 일을 하다가 중간중간 뻐근한 허리를 펴며 잠깐 쉬기도 했다.
그는 "아들들이 인제 그만 쉬라고 하더라"며 "가만히 앉아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처음 밭에 나왔는데 움직이니까 힘도 나고 그나마 낫다"고 했다.
이호운(65) 마을 이장은 "주택 40채 중에서 32채가 산불 피해를 봤다"며 "마을 내 사용할 수 있는 터에 임시주택 12채를 우선 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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