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 의미…"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무슬림 조롱하는 적대적 용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팔뚝에 '이교도'를 뜻하는 아랍어 문신을 한 모습이 공개돼 이슬람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와이 군사기지에서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과 훈련 중인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서는 그의 오른쪽 위 팔뚝 안쪽에 이교도, 이단자를 뜻하는 아랍어 '카피르'가 포착됐다.
이 문신은 과거 주목받지 않았던 까닭에 새로 새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헤그세스 장관이 작년 7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또 다른 사진에서도 이 문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의 아랍어 문신은 무슬림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군에도 다양한 종교 신자가 있고, 미군 5천∼6천명은 이슬람 신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의 친(親)팔레스타인 활동가 네르딘 키스와니는 "이건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다. 미국 전쟁을 지휘하는 사람이 지닌 이슬람 혐오에 대한 명확한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카피르'는 극우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무슬림들을 조롱하고 비방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돼 왔다"며 이번 일을 헤그세스 장관 개인의 신념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1·6 의회폭동'을 주도했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B·Proud Boys)를 이끌었던 조 빅스도 비슷한 문신을 하고 있다.
미·이슬람 관계 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도 "아랍어 단어 카피르를 몸에 문신하는 것은 반(反) 무슬림적인 적대감과 개인적인 불안감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문신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관 지명자 시절 이미 그의 문신이 극우, 기독교 극단주의를 나타낸다는 비판과 함께 자질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중세 십자군 전쟁을 시작할 때 사용된 구호인 '데우스 불트'(Deus Vult·하나님의 뜻)를 팔에 새긴 것을 비롯해 가슴에 '예루살렘 십자가', 어깨 아래쪽에 미 건국 당시의 첫 성조기인 별 13개짜리 성조기와 무기 모양의 문신을 갖고 있다.
최근 헤그세스 장관은 다른 안보 고위 당국자들과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서 예멘 공습과 관련한 기밀 군사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퇴임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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