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걷기만 해도 좋은 게임.
크래프톤이 만들고 있는 '인조이'라는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15일 '워킹 인 도원(dowon)'이라는 5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도원'? 무릉 도원의 '도원'일까?
한 남성 캐릭터가 길을 걷는다. '눈다락'이라는 한글이 선명하다. 게임 속에서 한글이 가득한 거리를 접한다는 사실 만으로 반갑다. 어서 들어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풍선이 보인다. 벚꽃이 만발한 거리를 걷는다. 역시 '도원'이 무릉도원에서 비롯된 명칭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역을 지난다. 만화처럼 역사 위에 거대한 판다와 고양이 모형이 있다. 공원을 지난다. 그런데 사슴이 움직인다. 현실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광경이다. 심시티 가면 인조이의 도시라면 가능할지도.

복권 판매점이다. +M25. 능력치가 올랐다. 포토 촬영소를 지나 비빔밥을 파는 푸드 트럭을 지난다. 그리고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쓰지 않고 걷는다. 감성이 폭발한다.

어느덧 날이 갠다. 캐릭터는 계속 걷는다. 육교를 지난다. 저 앞에 불상이 있는 도심 속 절이 보인다. 석양이 진다. 카메라는 간판을 훑고 내려간다. 밤으로 바뀐다.
시끌벅적한 유흥가. 노래연습장도 있고, 당구장도 있다. 계속 걷는다. 다시 지하철 역 쪽으로 나왔다. 뭔가 폭죽 같은 것이 하늘에 펼쳐진다. 다시 공원이다.

캐릭터가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좋다. 계속 바라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영상이 음악도 없고, 해설도 없다. 그렇다고 자막도 없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다른 사람도 같은 마음인가 보다. 영상을 본 사람 중 한 명은 "심즈3 선셋 벨리 공원 벤치에 앉아서 햇볕 쬐는 걸 진짜 좋아했는데 그걸 다시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벌써 설렌다"고 했다. 또 "EA는 이 영상을 본 후: "The Sims 4 Take a Walk" DLC를 60달러에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한다. 김영철과 이만기가 나오는 동네 한 바퀴가 이런 느낌일까?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게임. 비가 와도 좋고, 햇살이 가득해도 좋다. MMORPG로 한 몫 크게 챙겨야 한다는 게임사의 자세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게임이다.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물론 시련이야 있겠지만 이런 신선한 게임을 만드는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