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소련 수십년 못이룬 목표 몇주만에 달성" 분석
"세력공백 탓 '끝장폭력' 예고"…충격 빠진 유럽에 자강론 확산
"세력공백 탓 '끝장폭력' 예고"…충격 빠진 유럽에 자강론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러시아 행보가 심화하면서 유럽이 버려졌다는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밀착하고 전통적인 동맹에 등을 돌리면서 일각에서는 '서방'(the West)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도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충격에 휩싸인 유럽이 새로운 시대와 씨름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디커플링 현상을 분석했다.
NYT는 냉전 시기부터 소련의 핵심 목표는 미국과 유럽을 분리해 동맹을 깨는 것이었는데 수십년간 이루지 못했던 그 목적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지 몇 주 만에 이룰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소명으로 삼아온 미국이 동맹을 배신하고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면서 유럽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럽의회 중도 성향 정치그룹인 '리뉴 유럽'의 발레리 아이에르 대표는 "미국은 평화를 관리하는 기둥이었지만 동맹을 바꿨다"며 "트럼프는 푸틴을 대변하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유럽과 미국은 때때로 서로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에는 늘 힘을 합해왔다.
민주주의를 위한 역사를 같이해온 만큼 미국의 행보가 주는 충격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NYT는 서방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그 자리가 어떻게 채워질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강대국들이 끝장날 때까지 싸우는 '폭력'이 채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에 맞서 유럽도 힘을 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리정치대학의 사회학자 니콜 바샤랑은 "트럼프가 어떤 일을 하든 가장 위험한 것은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입장은 우리가 가진 군사력을 어떻게 긴급히 통합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학자 자크 루프닉도 "유럽은 이제 민주주의를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럽 자강을 위한 움직임은 프랑스부터 시작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직면했다고 선언하며 프랑스의 핵우산을 유럽 동맹에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절대적 우선순위는 유럽을 가능한 한 신속히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운명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자강의 핵심인 국방력 강화를 위해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도 내놨다.
NYT는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무너뜨리고 서방 주도의 세계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고 봤다.
피에르 레비 전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지난달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푸틴의 직격탄을 맞는 위치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를 탈서구화하고 미국의 패권을 종식시키고 세계 경제에서 달러의 지배적 위치를 종식하고 이란과 북한, 중국의 지원을 받아 행동하는 게 그런 공격"이라며 "이를 깨닫는 것도 미국인 자신들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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