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해제·우크라 친러 괴뢰정권 수립까지 낙관
미, 중러 밀착해소 기대…"푸틴 바보 아냐, 영향력 높이려 움직일 것"
미, 중러 밀착해소 기대…"푸틴 바보 아냐, 영향력 높이려 움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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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굴욕을 안기면서까지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기회로 양보를 챙긴 뒤 다시 중국과 밀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러시아에 상당히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이번 협상 판에서 많은 것을 챙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과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초대하지 않고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양자 협상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서는 "끔찍한 일"을 했다고 지적했고,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날렸다.
세르게이 라첸코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당하고 거만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미국은 파트너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고 있으며, 푸틴은 더 이상 교실 뒤편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아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자' 언급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민주적 정통성이 없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특히 유리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 3월 20일 끝났으나, 전쟁 중 계엄 하에서 대선을 연기한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선을 치를 것을 주장해왔다.
러시아의 한 소식통은 작년 말 FT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친(親)러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려는 계획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체첸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2000년대 초 연방 탈퇴를 원한 체첸 반군 지도자들을 탄압하면서 반군 측에서 활동하던 아흐마트 카디로프를 전향시켜 체첸 통치를 맡겼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깔아놓은 협상판에서 전보다 강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다릴 여유가 있는 러시아는 미국에서 양보받아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고위 당국자 출신의 한 인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지만, 오스트리아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EU에만 가입하는 방식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도 거부할 것이며,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려고 미국과 유럽이 동결해 놓은 러시아 자산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면서 "푸틴은 '우리가 보수적 가치로 뭉친 두 백인 기독교 국가로서 군비 통제와 중동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를 포용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준 중국과의 밀착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표명했다.
세르게이 라첸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그들은(미 당국자)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푸틴의 존엄성에 대한 끔찍한 모욕이며 그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푸틴은 자기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양보를 얻어낸 다음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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