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액수 305억 중 174억만 인정…범죄단체조직죄도 무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사기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된 이른바 '건축왕'이 305억원대 추가 사기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20일 선고 공판에서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6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30명 중 15명에게는 무죄를, 나머지 피고인에게는 징역 6개월∼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 305억원 가운데 174억원만 인정했으며, 남씨 일당에게 적용된 범죄단체조직 혐의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혐의 인정 액수와 관련해 "임대차 보증금 가운데 신규 계약 금액이나 증액 계약 금액만큼만 편취 금액으로 보고 동액 계약(같은 금액으로 재계약한 경우)은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씨는 2021년 3월 20일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적기에 반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직원들은 재정 악화 사실을 인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죄단체조직죄 무죄 판단과 관련해서는 "남씨가 임대차보증금 편취를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다른 직원들이 가입해 활동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업 확장 단계에서 단체가 만들어진 것이지 전세사기 목적으로 결성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씨는 364명의 임대차 보증금 174억원을 편취했고 범행 기간의 반복성이나 피해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며 "실제 피해자 수와 피해액은 지금도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씨의 범행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의 신뢰를 저하하는 등 파생적 피해가 크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법정에서) 마치 임차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말하는 등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횡령에 위조 사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범행까지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부 피해자가 배상받았고 대법원 확정판결 건(1차 기소 사건)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푸른색 수의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한 남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법원의 선고 내용을 들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30명에게는 징역 2∼10년을 구형했다.
남씨 등은 2021∼2022년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남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횡령한 공사대금을 메꾸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536억원(665채)이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305억원대 사기 혐의만 다뤄졌다.
남씨는 앞서 148억원대(피해자 191명) 전세사기 혐의로 처음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추가 기소된 나머지 83억원대(피해자 102명)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천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2023년 2∼5월에는 남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