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종주국 사우디 등 아랍권 국가들 반발 거세
트럼프 본인 공들여온 '아브라함 협정' 완결 과제에도 찬물
트럼프 본인 공들여온 '아브라함 협정' 완결 과제에도 찬물
![](https://i.namu.news/20250209si/36c63f90453fb5d86b1bbd2cf817bab01a8fadb511dfa4a1befcce8ddac50d1a.jpg)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가자지구 구상을 밀어붙이면서 본인이 1기 집권 때 치적 중 하나로 내세웠던 '아브라함 협정'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사우디를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시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수교를 완성하겠다는 그의 구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중동평화 구상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자신의 집권 1기 때인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미국이 중재해 끌어낸 '아브라함 협정'을 확장·완결시켜 중동 평화를 크게 신장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할 경우 중동의 긴장을 크게 완화하고,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까지 견제하는 효과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구상을 발표하며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가자지구 구상은 이곳에 거주하는 2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이곳을 미국의 소유로 해 국제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구상은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정책을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아랍권의 반대가 두드러졌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즉각 성명을 내고 "충격적"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해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연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7일 아랍 정상회의까지 긴급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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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역시 5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 국가로 이주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민간 분야 원자력 개발 허용과 함께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요구해왔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의 반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네탸냐후 총리는 6일 사우디를 겨냥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한다면 영토가 넓은 사우디 안에 세우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발언에 사우디와 카타르가 또 강하게 반발하면서 아랍권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반감은 급격히 증폭되는 기류다.
싱가포르국립대 중동연구소의 제임스 도시 연구위원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구상이 그(트럼프)의 정책이라면,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수교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에 문을 닫아버린 것"이라면서 심각한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중동 전문가 아지즈 알가시안도 "트럼프의 구상은 네타냐후의 접근법과 더해져 사우디에 중대한 리스크를 제기한다"면서 "사우디 지도부의 눈에는 그들(트럼프와 네타냐후)이 중동 평화를 위한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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