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부터 '트럼프 관세' 한국 첫 사정권…차·가전도 연쇄 타격(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2-10 15:26:45 수정 2025-02-10 16:57:43
한국, 철강 대미 수출 비중 13% 수준…"가격 경쟁력 약화할 듯"
현대제철 미 생산시설 구축 가속 요인 될 듯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이슬기 기자 = 대대적 '관세 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철강·알루미늄 제품군을 대상으로 세계 모든 나라에 동시에 적용되는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경 관리 강화와 마약 유입 문제 해결'이라는 특정 안보 목표에 초점을 맞춰 중국(10%)과 캐나다, 멕시코(25%)를 대상으로 발표한 맛보기 성격의 첫 관세 조치와는 성격이 크게 달라 한국도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직접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미국 철강 수입국 비중(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철강재의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고객 중 현대차, LG전자 등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 많다. 이에 한국산 철강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자동차·가전 업계의 연쇄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하는 계획을 오는 1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이라는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한 조치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세계 전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관세 조치를 내놓겠다고 한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보편 관세'를 도입해 고질적인 자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미국으로 투자를 이끌어 제조업 부흥을 이끌겠고 공언한 바 있었지만 그간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의 구상대로 미국이 철강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일률적으로 매긴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어포스원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향후 여기도 2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 철강 제품이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한국은 당시 협상을 거쳐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 수준인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적용받았고, 이 체계는 지금껏 유지됐다. 사실상 수출 물량을 줄이는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는 식의 해법을 도출한 것이다.

자동차 부품 등으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이미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알루미늄은 약 25만t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는 한국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 또한 기존에도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국가들은 추가 관세로 인해 50%의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이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그래픽] 국내 주요 산업 대미 수출액 비중(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그렇지만 미국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상품 전반의 가격 경쟁력 약화 효과를 낳고, 미국산 철강 제품의 생산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국산 철강 대상 관세 부과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한국 기업들의 자동차, 가전 제품의 단가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대부분 현대제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강판을 가져다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 자동차 한대를 생산하는 데 강판 등 약 1t가량의 철강 제품이 사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 중이다. 메타플랜트 생산량이 확대되면 향후 연간 미국 내 생산량이 12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삼성전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한다.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투자 유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한국 철강사들의 대미 투자 확대 움직임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제철이 최근 미국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에 생산 시설이 있는 업체가 많은 수혜를 누리지 않을까 싶다"며 "전기료도 싸고 탄소 배출에 덜 엄격한 조건인 미국 투자를 다른 철강 업체들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며 "멕시코·캐나다와도 관세 부과를 이야기했다가 막판에 유예 조치하는 등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도 "구체적인 행정명령이 나와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개별 국가와의 협의 가능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철강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현재로선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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