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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빛 질주를 펼쳤다.
혼성 계주에서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중국을 무너트리고 시상대 맨 위에 오르게 됐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홈 링크에서 막판 넘어져 한국의 금메달 도우미가 됐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여자·성남시청), 김태성, 박지원(이상 남자·서울시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쇼트트랙 혼성 계주 대표팀은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결승에서 2분41초534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혼성 2000m 계주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서 첫 금메달이 나오는 종목이었는데, 한국이 품게 됐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9개 세부 종목 중 6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 첫 출발을 상쾌하게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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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홈 링크 이점을 안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복병 일본, 최근 쇼트트랙 실력이 부쩍 상승한 카자흐스탄과 결승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혼성계주는 여자 선수 2명이 먼저 달리고, 남자 선수 2명이 바통을 이어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선수들은 처음엔 2바퀴 반을 돌고, 이후엔 2바퀴를 돈다.
한국은 이날 최민정~김길리~김태성~박지원 순으로 경기에 임했다.
중국대표팀의 주축은 귀화선수인 린샤오쥔(임효준)과 류 샤오앙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서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린샤오쥔은 2021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인 아버지를 둔 류 샤오린 산도르-류 샤오앙 형제는 그간 헝가리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올림픽 금메달까지 땄지만 2022년 겨울 중국 귀화를 추진한 뒤 2023-2024시즌부터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에 나섰다. 린샤오쥔과 류 형제 모두 귀화 후 중국 소속으로 국제종합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은 판커신~공리~류 샤오앙~린샤오쥔 순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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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혼성계주 결승이 시작됐다. 예상대로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었다. 한국의 첫 번째 주자 최민정이 초반부터 스피드를 붙여 선두로 나섰고, 이후 김길리~김태성~박지원이 순조롭게 자신의 첫 번째 레이스를 마쳤다. 111.11m, 총 18바퀴를 4명이 나눠 타는 가운데 한국은 10바퀴를 돈 상황에서 1위를 유지했다.
이후 다시 최민정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2바퀴를 소화하는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7바퀴 반을 남겨두고 중국 여자대표팀 에이스 판커신이 곡선 주로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어 최민정의 허를 찌르고 선두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당황하지 않았다. 김길리와 김태성이 중국의 공리와 류 샤오앙을 바짝 추격했다.
마지막은 한국 남자대표팀의 에이스 박지원과 4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국적이었던 린샤오쥔의 최종 두 바퀴 승부였다.
이때 큰 변수가 발생했다. 린샤오쥔이 곡선 주로에 바짝 붙어 레이스를 펼치다가 블록에 스케이트 날이 부딪혀 넘어진 것이다. 박지원은 이후 추격자 없이 독주했고 결승선까지 여유롭게 달려 우승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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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면서 환호했다.
혼성 2000m 계주는 중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종목으로 꼽힌다. 중국 쇼트트랙은 중장거리보다는 단거리에 강한데, 혼성계주는 4명이 500m씩 나눠 달리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가 열린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은 링크가 작아 바깥쪽으로 추월하는 스타일의 한국 쇼트트랙에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아는 린샤오쥔이 마지막 주자로 배치되는 등 중국은 한국을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오히려 린샤오쥔이 넘어지면서 한국의 금메달을 지원해준 꼴이 됐다.
카자흐스탄이 2분42초258로 은메달, 일본이 2분44초058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넘어진 중국은 2분59초017을 찍으면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최근 혼성계주에서 경기력을 바짝 끌어올리던 한국 쇼트트랙의 면모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잘 드러났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목동에서 개최된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서 중국을 꺾고 혼성계주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올 시즌 월드투어 단체전 첫 우승이었다.
당시 최민정, 김길리, 김태성, 박지원이 출격해 2분38초036을 만들며 금메달을 따냈다. 중국은 판커신, 공리, 류 샤오앙, 쑨롱이 출전해 2분38초051을 기록,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엔 린샤오쥔은 어깨 탈구 부상 등으로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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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게임서도 두 달 전 월드투어 우승 기억을 살려 쾌조의 레이스를 펼쳤다. 특히 단거리에 강한 김태성을 결승에 올려놓으면서 조커로 활용, 전략이 다시 한 번 잘 통했다.
반대로 중국은 린샤오쥔이 부상에서 회복해 마지막 주자로 배치했으나 불운이 겹쳐 치명적인 패착이 됐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앞서 열린 준준결승, 준결승에서 8명이 골고루 레이스를 펼쳐 우승을 예감하게 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혼성계주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모두 금메달을 받는다.
한국은 준준결승에선 3조에 속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심석희(서울시청), 노도희(이상 여자·화성시청), 김건우(스포츠토토), 김태성(이상 남자)이 출격했다. 2분43초938로 조 1위에 올랐다. 싱가포르가 2분59초264로 2위였고, 인도는 페널티를 받았다. 준결승서는 1조에 배정됐다. 최민정, 김길리, 장성우(화성시청), 박지원 순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역시 손쉽게 조 1위를 확정했다. 2분39초319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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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준준결승 2조서 태국, 홍콩과 맞붙어 2분46초65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판커신, 장추통, 쑨 롱, 류 샤오린 산도르가 힘을 합쳤다. 준결승서는 2조에 배정돼 카자흐스탄, 대만, 싱가포르와 한 조를 이뤘다. 판커신, 왕신란, 린샤오쥔, 류 샤오린 산도르가 출전했고 2분40초241로 가뿐히 1위를 차지했다.
왕좌를 놓고 만난 결승에서 한국이 웃었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남녀 1500m 및 500m 결승도 펼쳐질 예정이다. 금메달 4개가 더 남아있다. 특히 한국은 레이스 거리가 가장 긴 남녀 1500m에서 추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