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업에 52시간 양보 제안' 보도에 민주 "사실아냐"…신중론 유지
'李 예외허용' 관측 무게 실리지만…김동연·이인영·이용우 등은 공개 반대
'李 예외허용' 관측 무게 실리지만…김동연·이인영·이용우 등은 공개 반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계승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5일 반도체특별법에 '52시간 예외조항'을 명시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제한적으로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근로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공개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등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관련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의중이 '예외 허용'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며 민주당 역시 같은 방향으로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반대 의견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우선 5선의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다"라며 "'몰아서 일하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자 '실용'도 아니고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도 "단순한 우클릭은 오답"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가치와 진정성으로 국민과 소통하자"고 주장했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이냐"며 예외 적용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특별법과 관련된 국회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도 관련 논의를 하는 가운데, 환노위 일부 의원들은 예외 적용을 명시한 특별법 통과에 반대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환노위 소속 이용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연구개발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런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경쟁력 확보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처럼 반도체특별법에서는 52시간 관련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대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예외 규정을 적용해 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 대표가 이날 기업 관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뺀 나머지 조항의 우선 처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앞서 한 언론은 이 대표가 이날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 고민을 듣는다' 토론회에서 "반도체법에서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만 문제가 되니 경제계가 양보해 이것만 빼고 우선 처리하면 어떻겠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업계가 기업 현장의 의견을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업계에 양보해달라거나 주52시간을 제외한 특별법 우선 처리를 제안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표가 특정한 입장을 정했다기보다는 의견을 좁히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마치 이 대표가 한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보도가 반복될 경우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겠다는 생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52시간 예외를 주장하는 기업의 요구도, 노동계를 비롯한 전통적인 진보 지지층의 요구도 쉽게 저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결론이 나기까지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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