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산, 오승현 기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극장에 돌아오는 가운데, 세상에 없던 '미키 17'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 17'(감독 봉준호) 푸티지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해당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쓴 후 6년 만에 영화로 돌아와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로버트 패틴슨 외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의 출연 또한 눈길을 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미키 17'에서도 갈 곳 없는 실패한 청년, 시작이 다른 불공평한 삶을 사는 인간의 성장기를 그렸다.
봉 감독은 "계급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말하니 좀 거창하다"며 "영화 주인공이 좀 불쌍하다. 미키는 직업이 죽는 직업이다. 죽기 딱 좋은 현장에 계속 투입되고 계속 죽는 게 직업이다. 17이 열일곱 번 죽었다는 뜻인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라며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죽을 때마다 새로 출력이 된다. 복제인간, 클론과 상당히 다르다. 프린터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되는 게 되게 비인간적이다. 소설 원작의 핵심 콘셉트도 휴먼 프린팅이다"라며 '비인간성'을 강조했다.
원작보다 주인공을 10번이나 더 죽인 봉준호 감독은 '죽음'이 직업인 주인공의 상황 설명으로 노동자라는 느낌을 더 주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미키 17'은 약 2050년대를 이야기한다. 머지 않은 미래다. 이에 대해서도 봉 감독은 "여러분 세대의 이야기다. 그만큼 현실감 있고 피부에 와닿는 SF다. '듄'처럼 서사적인, 아주 먼 우주의 저편 이야기, 시간대 뛰어넘는 영화도 좋다. 그렇지만 '미키 17'은 우린 눈 앞에 닥친, 주변의 이야기다. 우리끼리 발냄새 나는 SF라는 농담도 했다. 이야기를 가까운, 근미래로 끌어당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금껏 세상에 없던 영화다. 영화와 소설로 접하던 익숙한 우주 배경, 행성 이주를 다루지만 그 속의 계급, 주인공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인간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비인간적인 상황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기생충'만큼 처음 본 관객에게는 이질감을 준다.
봉준호 감독은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가 뭔가 매일밤 고민한다"고 고백했다.
"이세돌이 알파고를 굴복시킨 수를 세페이지 걸러 한 번 씩 등장하는 시나리오 쓰리라 다짐한다"는 그는 "어떻게 AI를 내가 요리할까 생각하며 매년 한 편씩 그런 대본을 쓰고 싶다"며 새로운 서사를 향한 목표를 전했다.
AI가 무시무시하다는 봉 감독은 "영화 업계에서도 많은 논쟁과 부딪힌다. 다들 예민한 상태다"라며 AI가 발전한 근황에 대해서도 짚었다.
'미키 17'은 색다르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색은 잃지 않았다. 웃음 나오는 이야기, 거대해진 스케일이지만 여전히 메시지는 명확하다.
봉준호 감독은 "제 영화 편수가 8편 정도 되는데 절반이 SF 장르 비스무리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게 '괴물', '설국열차', '옥자' 이런 거다. 다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게 SF 영화의 매력인 거 같기도 하다. 인간 사회와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유머러스하게 풍자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라며 "'미키 17'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 여지껏 본적 없는 독특한 유형의 독재자인데 어리버리하고 귀엽다. 위험한 귀여움이다. 군중을 사로잡지만 거기서 위험이 나온다"고 예고하며 푸티지 시사에서도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풍자 메시지가 무엇일지 더욱 기대를 높인다.
한편 '미키 17'은 2월 28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의 개봉을 확정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