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 시간) 2기 집권을 시작하면 한국 게임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되며 IT·산업 분야 '키맨'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게임 스튜디오 설립을 발표하는 등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내면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서구 게임업계 'PC주의 일색' 역풍…한국 게임 반사이익?

'정치적 올바름(PC)' 내지는 '워크(woke·깨어있음)'라는 구호 아래 게임에 유색 인종, 성소수자 캐릭터를 도배하던 서구권 게임 업계에 대한 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인 지난달 "'워크'는 헛소리(bullshit)"라며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중단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미군 내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적"이라며 "연방 정부 전체에 걸쳐 있으며, 즉각 중단할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금지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게임 마니아인 머스크 CEO도 지난해 10월 공화당 펜실베이니아 타운홀 행사에서 "DEI와 '워크'라는 정신적 바이러스는 예술을 죽인다"며 PC주의를 맹비난했다.

이어 11월에는 자신의 인공지능(AI) 기업 xAI 산하에 AI 기반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트럼프의 선거 구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인용해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들은 게이머 유권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성을 기치로 내세운 게임들이 시장에서 참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5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콘코드'는 기괴한 캐릭터 디자인과 차별성 없는 게임플레이 등이 혹평을 받으며 2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북미 역할수행게임(RPG) 명가 바이오웨어가 작년 11월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후속작으로 야심 차게 선보인 '드래곤 에이지: 베일가드'도 주요 등장인물을 성소수자로 설정하고, 성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를 다수 넣어 팬들의 혹평에 부딪혔다.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낸 '베일가드'는 세계 최대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도 시리즈 전작인 '오리진'과 '인퀴지션'이 달성한 성과가 무색하게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반면 글로벌 콘솔 게임시장 공략을 시도하면서도 PC주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온 한국 게임업계는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시프트업[462870]이 지난해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는 여성 캐릭터의 신체 굴곡을 강조한 미형의 디자인으로 서구권 게임 업계의 다양성 강조에 피로감을 느낀 게이머들로부터 '반(反)PC 선봉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서구권 게임업계의 DEI 풍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철저히 이용자의 선호도에 맞춘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 블록체인 게임업계, 가상화폐 규제 완화 기대감 'UP'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 완화 시도도 블록체인 게임 업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당선 후에는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親) 가상화폐 인사인 폴 앳킨스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의장을 지명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 시기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정부가 전략적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하는 등 제도권 금융 내에 편입될 거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이른바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 게임이 활성화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P2E 게임은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이나 가상화폐로 바꿔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게임 이용 결과에 따른 경품 지급을 제한하는 게임산업법상 영업이 불법이다.

그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고 블록체인 게임에 작게든 크게든 투자를 지속해왔다.

넷마블[251270]과 카카오게임즈[293490]는 각각 자회사 마브렉스·메타보라를 통해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해외 지역에 P2E 게임을 서비스해왔다.

넥슨도 블록체인 게임 자회사 넥슨유니버스를 통해 '메이플스토리'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메인넷은 아발란체다.

크래프톤[259960] 역시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합작회사 '오버데어'를 세우고 블록체인 메인넷 세틀러스(Settlus)를 통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위메이드[112040]도 기존에 출시한 '미르4'·'나이트 크로우' 해외 버전에 가상화폐 '위믹스' 기반의 경제 체제를 적용했고 차기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에는 국내 버전에도 환금 요소가 없는 블록체인 경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위메이드에서 액션스퀘어[205500] 대표로 자리를 옮긴 장현국 대표는 최근 가상화폐 '크로스'를 출범하고 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가 곧바로 블록체인 게임의 인기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격과 거래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도 야심 차게 출범한 블록체인 게임 상당수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직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도 많다"며 "게임의 핵심 요소인 재미보다는 가상화폐·NFT 발행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중국과 밀착한 K-게임업계, 미·중 무역 갈등 리스크 될 수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국방부도 이런 기조에 발맞춰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CATL, 게임·IT 기업 텐센트 등을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대(對)중국 무역 제재 기조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 (17.5%), 크래프톤(13.9%), 시프트업(34.9%) 지분을 가진 2대 주주고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넥슨의 대표작인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엔씨소프트[036570]의 '블레이드&소울'·'리니지2M' 등을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하는 핵심 파트너기도 하다.

물론 게임과 같은 디지털 상품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부과 대상은 아니다. 텐센트의 중국군 지원 기업 등재가 한국산 게임의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경우 중국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국내 기업으로 불똥이 튈까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모양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도 대다수가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만큼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미국 특성상 중국 협력업체에 관련 데이터가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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