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성' 김택우號 의협…2026학년도 의대정원 격돌 예고
연합뉴스
입력 2025-01-08 20:15:50 수정 2025-01-08 20:15:50
의정 갈등 초반 대정부 대응 주도 '강경' 각인…합리적 평가 속 돌파구 주목
선거전서 전공의 지지…의료계 "2026년 정원 대응 나서야"·"출구 찾아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엔 김택우 후보(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택우 신임 대한의협회장은 7일~8일 이틀 동안 전자투표로 진행된 보궐선거 결선 투표에서 1만7천7표를 얻으며 주수호 후보를 누르고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2025.1.8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오진송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또다시 강경파 수장을 선택하면서 해를 넘긴 의정 갈등도 당장엔 돌파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끝난 의협 회장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취임한 김택우 신임 회장은 의정 갈등 초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강경 투쟁을 이끈 인물이어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놓고 또 한차례 격돌이 예상된다.

다만 이대로라면 내년도 의대 정원도 2천 명 증원이 확정적이고 장기화한 의정 갈등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의 피로도가 모두 커진 상황인 만큼 전열을 정비한 의협이 의료계의 목소리를 결집해 사태 해결에 적극 모색할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의협 비대위원장을 거치며 강성 이미지가 각인됐지만 합리적이란 평가도 적지 않아 대정부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의정 갈등 초기 비대위 강경 투쟁 주도…'전공의 지지' 속 전면 등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꺾고 60%의 득표율로 당선된 김 회장은 강원 춘천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외과 전문의다.

2021년부터 강원도의사회장을 맡아 간호법 반대 투쟁 등을 벌였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직후 의협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돼 5월 임현택 전 회장 취임 전까지 의협을 이끌었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비대위원장 취임 후 강경한 면모를 보이며 의협의 대정부 투쟁을 주도해 '외유내강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의대 증원을 반드시 막겠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면허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경찰 출석하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재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3.15 jieunlee@yna.co.kr

이번 선거에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사직 전공의 등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이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데다 세대나 직역을 넘어 두루 화합한다는 이미지가 김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서도 전공의 지지가 표심을 좌우한 바 있다.

이번 선거전에선 오히려 전공의들의 지지가 확장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상대 주수호 후보의 음주사망사고 전력과 상대적으로 더 강성인 이미지가 김 회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26년 의대 증원·의료개혁 등 현안 대응 시급

김 회장은 일단 작년 2월부터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마무리 단계인 가운데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곧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면 2천 명 증원이 확정이지만,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2026년 정원을 논의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당선 직후 "2025학년도에 과연 의대 교육이 가능한가 부분부터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제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2026년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갈등 풀어낼 의료계 리더는(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 대한의사협회(의협) 모습. 2025.1.2 mon@yna.co.kr

이날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새 회장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고 실질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고 의료 시스템이 망가진 것 등에 대해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알리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2026학년도 정원 문제를 해결해 사태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정치권이나 정부와 대화를 통해 정원을 조절하고 이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곧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의료개혁 과제들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모아 대응하는 것도 새 회장의 임무다.

당장 오는 9일 정부가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을 놓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의협의 주축인 개원의들에겐 상당히 민감한 현안이어서 곧장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협이 회장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제대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만큼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 것도 과제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새 회장이 리더십으로 회원을 잘 단결시켜야 한다"며 "지난 1년간 달라진 게 없기에 전임 회장보다 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현안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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