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한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떼다]와 호흡을 맞춰 말글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명사 삼형제가 있습니다. 당상, 시치미, 오금입니다.
국문학자 조항범이 쓴 『우리말 표현 사전』에 먼저 나오는 표제 관용구는 '떼 놓은 당상(堂上)'입니다. 떼어 놓은 당상은 변하거나 다른 데로 갈 리 없다는 데서,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었습니다.
당상이 뭘까요. 조선시대 정삼품 상(上) 이상의 품계에 해당하는 벼슬을 통틀어 이르던 낱말입니다. 본래 뜻은 그렇습니다. 당상에 해당하는 벼슬아치는 망건에다 옥관자(옥으로 만든 관자. 貫子), 금관자를 달고 다녔다고 합니다. 관자는 망건에 달아 당줄(상투에 동여매는 줄)을 꿰는 작은 단추 모양의 고리입니다. 옥관자, 금관자가 이제 당상이 됐습니다. '떼 놓은 당상' 할 때 당상은 이 변화된 말뜻으로 쓰인 셈입니다.
옥관자와 금관자, 즉 당상을 망건에서 떼어 냈다고 해도 그것이 좀이 먹거나 색이 변할 리 없고 다른 데에 쓰일 이유도 없습니다. 떼 놓은 당상은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이 없을 수밖에요. 따 놓은 당상은 어색합니다. 당상은 열매가 아니잖습니까. 열매는 따고, 당상은 떼어야 제맛이겠습니다.
'시치미를 떼다'에 쓰인 시치미는 매를 이용한 사냥을 할 때 매 꽁지에 달아 둔 이름표입니다. 잃을 수 있는 물건에 이름표를 붙여 놓는 것을 떠올리십시오. 시치미를 보면 매 주인을 알 수 있을 테지요. 주인 잃은 매를 발견하면 시치미 보고 찾아주면 됩니다. 그런데 욕심이 생겨 시치미를 떼어 버리거나 심지어 자기 이름 적은 시치미를 달고서 자기 매라고 우깁니다. 자기가 하고도 하지 아니한 체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행태를 일컬을 때 시치미를 뗀다고 합니다.
'오금을 떼다' 관용구는 걸음을 옮긴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이 오금인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전은 어린아이가 발을 뗄 때 오금을 펴고 움직인다는 점을 그런 비유적인 의미가 생성된 배경으로 짚습니다. 오금은 다른 말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오금이 저리다] 하면 '저지른 잘못이 들통이 나거나 그 때문에 나쁜 결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다'라는 뜻을 드러냅니다. [오금이 쑤시다]는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하다'를 의미합니다. [좀이 쑤시다]와 비슷합니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땐 [걸음아 날 살려라] 대신 [오금아 날 살려라] 해도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조항범, 『우리말 표현 사전』, 태학사, 2024 (성남시도서관사업소, 전자책)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