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망신을 당했다.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꿈의 극장' 올드 트래퍼드의 위생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쥐의 배설물이 발견돼 구장의 위생등급이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4일(한국시간) "쥐똥으로 인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생 등급이 하락했다. 검사관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쥐똥을 발견한 이후 구단의 식품 위생 등급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BBC'는 또 "실제 주방에서 쥐의 배설물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11월 올드 트래퍼드에 방문한 시의회 환경 및 보건 담당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평점을 5점 만점에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4점은 '좋음'이지만, 2점은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함'에 해당된다.
'BBC'에 따르면 맨유는 이번 일과 관련해 해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식품과 관련된 구역을 주 4회 점검할 예정이며, 올드 트래퍼드 위원회는 구단과 긴밀하게 협력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맨유가 1878년 창단해 창단 15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PL) 최고의 명문 구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위생 문제로 지적받은 일은 굴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올드 트래퍼드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위생 문제는 그저 구장의 노후화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구단이 대단한 역사를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올드 트래퍼드 역시 그 역사가 오래됐다. 웸블리 스타디움과 함께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축구 경기장 중 하나인 올드 트래퍼드는 1910년 개장해 지금까지 115년 동안 맨유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중이다.
맨유는 좌석과 시설을 늘리는 등 경기장 증축과 개보수를 통해 올드 트래퍼드를 운영했지만, 이제는 세월의 흐름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특히 이네오스(INEOS)의 짐 랫클리프 경이 구단 운영권을 받기 전 맨유를 인수했던 글레이저 가문이 약 20년간 올드 트래퍼드 시설 유지 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최근에는 천장에서 가루가 떨어지거나 물이 새고, 화장실 하수관이 역류하는 등 팬들조차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정도가 됐다.
올드 트래퍼드가 이미 지나치게 오래됐고, 건물을 보수하기에 늦었다고 판단한 맨유는 새로운 홈구장 짓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구단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팬들을 대상으로 구장 이전 등과 관련한 설문을 실시해 팬들의 의견을 모았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행사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맨유가 호기롭게 시작한 '뉴 트래포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다. 랫클리프 경의 '짠돌이 기질' 때문이다.
랫클리프 경은 맨유의 새로운 구단주로 부임한 이후 구단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통해 구단 직원들을 대폭 줄였다.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또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출신이자 구단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알렉스 퍼거슨 경을 해임하는 등의 행동으로 팬심을 잃은 상태다.
이에 팬들은 예산 아끼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랫클리프 경이 과연 큰 돈이 필요한 경기장 건설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지를 의심 중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20억 파운드(약 3조 658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