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오세훈 "규제 혁파·일상혁명 계속…국가시스템 개조해야"
연합뉴스
입력 2024-12-26 07:10:21 수정 2024-12-26 07:10:21
"태그리스·한강버스 등 대중교통 혁신"…"개헌 외 중앙-지방 과감한 권력 배분 필요"
"대통령 누가 되느냐보다 시스템 중요…당 사과해야"…대선출마 여부 "끊임없이 고민"


인터뷰하는 오세훈 시장(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2.26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윤보람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기 침체와 국정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해에는 규제 철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경제가 어렵기도 하고, 꼭 경제가 아니더라도 시민의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려면 규제 개혁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기후동행카드, 손목닥터 9988, 정원도시 등 이른바 '밀리언셀러 정책'을 언급하며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상혁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2025년도를 한마디로 요약해달라는 요청엔 "일상혁명은 계속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정치적 혼란 상황과 관련해서는 개헌 등 근본적인 정치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유력한 '잠룡'으로 주목받는 그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나라를 위해 능력을 써달라는 요구 사이에서 고심이 크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인터뷰하는 오세훈 시장(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2.26 mjkang@yna.co.kr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 8기 3년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동행·매력특별시'를 시정철학으로 삼고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보나.

▲ 약자동행은 시정의 최우선 과제다. 취임 후 약자동행지수를 만들었고, 디딤돌소득의 경우 다른 복지정책과의 정합성 연구를 위한 TF(태스크포스) 활동이 마무리되고 있다. 서울런 또한 충북·평창 등으로 확산하며 인정받고 있다. 약자동행에 대한 진심이 상당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 최근 비상경제회의를 잇따라 열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데, 내년에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인지.

▲ 규제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최대한 규제를 혁파해서 가장 스마트한 형태의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의 하루하루 일상을 챙기고 불편을 해소해나간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 기후동행카드가 출시 후 큰 호응을 얻었는데 내년 교통정책 방향은?

▲ 태그리스(비접촉 대중교통 결제) 서비스가 상반기 시범사업으로 시작해서 하반기면 모든 지하철 역사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시작될 한강버스와 마을버스, 버스, 지하철을 잇는 연계 교통 시스템을 만들고, 기후동행카드에 더 많은 주변 지자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모두가 대중교통 혁신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인터뷰하는 오세훈 시장(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2.26 mjkang@yna.co.kr

-- 한강버스 준비 상황은.

▲ 첫 배는 진수식을 했고, 12월 한강에 올라오기로 한 배가 좀 늦어져서 1월 중 올라온다고 한다. 3, 4월부터 시작되는 급행 노선 운행은 가능하고 5월 내지 6월이면 15분 간격으로 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명실공히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기능을 한몫 단단히 하게 되는 것이다.

-- 최근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의 덮개공원 조성 계획에 대해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시설의 주 수혜자가 민간 아파트 단지 주민이므로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는데.

▲ 덮개공원이 설치된다고 해도 물의 흐름에는 문제가 없다. 유일한 반대 이유가 한강변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진짜 오해다. 덮개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재건축 단지부터 시작하지만, 공공기여(기부채납) 형태로 받아내기 때문에 공적 예산을 쓰지 않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다. 또 해당 단지 주민들만 들어가도록 설계된 것도 아니다. 환경 담당 부서가 신경 쓸 문제도 아니다.

--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최근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국제사회가 보는 것은 회복력이다. 그 나라가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예측 불가한 상황을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어가느냐에 국제사회의 평가가 달렸다고 본다.

--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개헌 필요성도 언급했는데.

▲ 지금 세상의 관심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이냐에 쏠려있지만, 시스템적 접근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의회 해산권이 있었다면 거대 야당의 '의회 폭거'에 대한 내재적 자제가 이뤄졌을 것이다. 또 이에 상응해서 국회에 내각 불신임 권한이 있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협치를 유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 개헌 외에 다른 해법이 있을지.

▲ 중앙과 지방정부 간 권력 분배도 필요하다. 전국을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초광역지자체에 재정권과 행정권을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제처럼 하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로 돼야 한다. 지금 체제에서는 국회의원이 구의원과 다를 바 없다. 동네 골목길 예산까지 국회의원이 챙긴다. 선거구제를 바꿔 국회의원은 나라를 걱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 대한민국은 '퀀텀 점프'(비약적 발전)한다.

-- 현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이 민심을 못 따라간다는 지적도 있다.

▲ 당이라는 것은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 지금 우리 당 모습을 보면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포기한 정당처럼 보인다.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당을 운영한다면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당 소속인 대통령이 선포했던 계엄, 그로부터 비롯된 국제적 신인도 하락, 경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당이 사과해야 한다.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선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결심이 섰나.

▲ 마음이 매우 무겁다. 두 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첫 번째 책임감은 시장으로서 책임감이다. 2011년 중도사퇴 경험이 있는 시장으로서 이번만큼은 정말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 능력을 이제는 보다 큰 단위에서 나라를 위해 써달라는 요구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이 두 개의 큰 책임감이 충돌하고 있다.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오겠지만, 아직은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다.

kihun@yna.co.kr,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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