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거부권 행사시 독소조항 뺀 수정안으로 역제안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이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내주까지 의원총회를 통해 쌍특검 대응 방안을 계속 논의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원내지도부는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대한민국 여권 전체를 수사하겠다는 특검에 거부권 건의가 기본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내란·김 여사 특검이 사실상 정부·여당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현 정부와 국민의힘, 보수 진영 전체에 내란의 낙인을 찍어 모조리 수사 대상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뛰어넘는 광란의 청산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당직자는 "야당이 조기 대선 국면을 내다보고 여권 진영 전체를 궤멸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 여사 특검법은 적시된 수사 대상이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해 15건에 달한다.
특히 여기에는 여권 정치인들과 친분을 맺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대선, 지방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입 의혹과 불법 여론조사 관련 의혹까지 포함됐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선거 내내 '명태균 발(發) 리스크'가 국민의힘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내란 특검법의 경우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한 의혹 14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한 권한대행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두 특검법 모두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가 가능하게 해 수사 범위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에 쏠린 특검 후보 추천권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두 특검은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씩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다.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한 수정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가 아닌 제삼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과 수사 범위 축소 등의 수정안을 마련해 야당에 역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정안 협상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다음에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당내에서 그런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제안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으로 국회 재표결 시 여당의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한 명분 만들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사태 이후 악화한 민심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30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내란 일반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김 여사 특검법은 4명이 찬성투표를 했다.
안철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내란 특검법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누가 수사하더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단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더 좋겠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대상) 범죄 혐의가 15개에, 야당이 특검을 전부 추천하게 돼 있지 않나. 그걸 바로 직전(세 번째 특검법)으로 돌리면 서로 합의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여야 간 수정안 협상을 촉구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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