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양립가능한 모순의 낱말들?

'엉터리'가 있습니다. 대강의 윤곽이라는 의미의 이 말은 [일주일 만에 일이 엉터리가 잡혔다]처럼 사용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그 애는 엉터리야"처럼 쓰여 '터무니없는 언동이나 그런 언동을 하는 사람'을 표현합니다. 칠칠하다 또는 칠칠맞다도 비슷합니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라는 뜻이라 "칠칠맞지 못한 사람"처럼 쓰이지만 "그 아이는 왜 그리 칠칠맞냐" 하고 부정을 생략한 채 같은 뜻을 나타내곤 합니다. '칠칠맞냐'가 '칠칠맞지 못하냐'의 줄임말처럼 쓰인 셈입니다.
주책도 유사 계열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주책이 없어져 쉽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할 땐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주책바가지네]라고만 하여 주책없는 사람임을 표현하거나 [주책 떨다]처럼 사용하여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이란 의미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밥맛도 있습니다. [그거 밥맛 없어요]와 [그거 밥맛이에요]는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 녀석 참 재수네 재수야]와 [그 녀석 참 재수 없네 없어] 도 같습니다. 모순율을 깨는 또 하나의 예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 다산북스, 2008 (유통사:교보문고, 전자책)
2. 우리말 산책, 칠칠맞은 사람이 됩시다! (엄민용 기자, 건방진 우리말 달인 저자) 2008년5월16일 입력 - https://sports.khan.co.kr/article/200805161950456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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