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이슈] '제노사이드' 발언의 함의…미군, 우크라에 파견?









(서울=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의 살상행위를 '집단학살(Genocide·제노사이드)'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다소 섣부른 규정일뿐더러 러시아를 자극해 상황을 되레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인의 사상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기 때문에 난 이를 제노사이드라고 부른다"며 "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노사이드를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진정한 발언"이라며 "무언가의 이름을 분명하게 지칭하는 것은 악에 맞서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행위에 대해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취하고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했습니다.
유엔협약은 제노사이드를 국가나 민족, 인종, 종교 집단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할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제노사이드라고 판단될 경우 국제사회의 개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나 미군의 참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내용의 유엔협약은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되고 150개 이상 국가가 서명했습니다.
제노사이드라는 법적 규정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에서 출발했고, 중국의 서부 신장지역 위구르 등 소수민족 탄압, 미얀마 군부의 과거 로힝야족 폭력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제노사이드로 규정한 사례는 8번에 불과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발언에 러시아는 동의할 수 없다며 미국이 위선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럽 각국 정상들도 거리를 뒀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은 형제 같은 사이이므로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 쓰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끔찍한 전쟁", "전쟁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제노사이드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언급이 다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2016∼2017년 벌어진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은 수년간 광범위한 증거 수집 절차를 거쳐 제노사이드로 공식 판단했는데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의 행위에 대해 제노사이드로 규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겁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결국 제노사이드라고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발언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행동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러시아의 잔혹 행위에 대한 강한 비난과 결의에 초점을 맞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유도하려는데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 미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전에 군대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비롯해 현재 미국의 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를 촉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해 눈길을 끕니다.
인교준 기자 이희원 인턴기자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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