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작 '가시고기 우리 아빠'…조창인 "팬데믹 속 가족·소통 소중함 말하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00년 출간된 소설 '가시고기'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려는 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부성애로 가슴을 울렸다.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아픈 아들을 구하고 자신은 간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대를 겪던 가장의 아픔을 보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출간 당시 42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누적 판매 부수 300만 부를 넘기며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제작됐다.
'가시고기' 작가 조창인(61)이 출간 20여 년 만에 후속작 '가시고기 우리 아빠'(산지)를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파산과 가장의 실직, 소통 단절 등 가족 간 갈등이 또 하나의 사회적 어려움으로 부각된 때다.
조창인 작가는 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독자들 요청으로 주인공 다움이가 성장하는 뒷날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가시고기'를 쓸 때처럼 코로나19란 또 다른 위기에 처했고, 위태로운 시대에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지 고민하다가 작년 3월부터 다움이 얘기를 본격적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과거와 지금의 위기는 사뭇 다르다"며 "20여년 전 경제적 위기 때는 이를 극복하고자 금을 모으는 등 힘을 합쳤다면, 팬데믹은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고 심리적인 단절도 가져왔다. 프랑스로 떠나며 단절된 삶을 살던 다움이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팬데믹으로 소통이 차단된 우리가 어떻게 회복할지 길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작에서 아홉 살이던 주인공 다움이는 이번 작품에서는 스물아홉 살로 성장했다.
다움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 낯선 프랑스로 갔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미움, 분노가 되고 급기야 아버지를 기억 밖으로 밀어낸다.
외로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다움이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로 컸다.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관계의 경계를 짓고, 아버지의 땅과도 등진 채 살아간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조명 감독이 된 다움이는 촬영 차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의 흔적과 마주한다. 이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과거와 화해하며 새로운 소통의 관계를 열어간다.
조 작가는 "가족이 해체된 다움이는 혼자라고 여기며 살아갔다"며 "요즘 젊은이들 중에서도 사람 관계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상처받기 싫어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되짚어 다움이와 함께 성장한 이들에게 소통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간 '길', '아내', '살아만 있어줘'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작품을 집필해온 그는 "가족은 본능적인 공동체"라며 "가장 기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나아가 가족이 회복되고 사회로 전진해야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움이도 아버지의 흔적을 만나고 이를 알아가며 사랑에 눈을 뜨고 공통체를 인식하며 소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시고기'가 통렬한 아픔이었다면, 이번 책은 상처를 치료해주는 책"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움이처럼 모두 각기 다른 상처로 아파한다. 그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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